7개월 동안의 마감 

사실은 어제여야만 했다. 어떤 역서의 원고 세 꼭지를 나머지와 함께 끝내지 못하고 한참 동안 따돌리고 있었다. 그걸 어제까지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어제가 마감이었던 다른 역서의 후기를 쓴 뒤 이를 악물고 붙들었지만 곧 주저 앉았다. 그나마도 주말 동안의 여유를 받아온 것이었는데 또 하루 늦고야 말았다. 스키와 독일어가 미웠다. 오늘    15분씩 두 번 쉬면서 4시간 30분을 작업해 드디어 끝냈다.

그렇게 작년 10월에 시작했던 마감의 연속을 일단락지었다. 요리책 1,000쪽의 번역과 원고지 1,800장 분량의 단행본을 비롯해 여러 사정으로 밀리거나 쌓여 있었던 책 다섯 권-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 정확하지 않은데 아마 그럴 것이다-의 작업이 맞물려 끊임없이 돌아가는 가운데 비정기적인 외고 등등이 양념처럼 흩뿌려져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개 작더라도 마감을 하나 하면 ‘현타’가 찾아오므로 다만 몇 시간이라도 틈을 줘야 닳지 않는데 그럴 수 없었다.

늘 농반진반으로 ‘번아웃 3년차’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대미를 참으로 장렬하게 장식했다. 많은 것들이 문자 그대로 활활 타서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업의 무게를 실감했다’는 말은 너무나도 농담 같으니 삼가기로 하자. 하지만 이제 남은 게 별로 없다. 나는 때로 쓸데없이 혼자 심각했다. 오랫동안 뿌렸는데 과연 거둘 때가 온 걸까. 거둘 거리는 있을까. 있다면 거둘 힘은 남았을까. 

다음 마감은 10일과 15일에 있고 이번 주의 구몬 20장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 이틀 동안 다 해야 된다. 설거지는 밀려 있고 어제는 수건을 빨다가 세탁기 위 선반에서 섬유 유연제 통이 떨어져 절반쯤이 빨래에 섞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 그래도 때로 이런 자신을 비웃는 재미가 쏠쏠했다. 세상 일은 네가 다 하냐? 세상 책은 네가 다 쓰냐? 네가 글을 그렇게 잘 쓰냐? 그럼 여태껏 밥도 제대로 못 벌어먹고 뭘 했냐? 낄낄.

2 Comments

  • RainyDays says:

    고생하셨습니다. 근데 아직도 일이 쌓여있으신 건 가요? (눙물)
    놀기 위한 스케쥴을 좀 짜셔서 최소한 한 달은 일 없는 삶 같은 거 기획해보시는 건 어떨지…… 안 되나요? 그런 거…?;

    • bluexmas says: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그럴 수 없을 거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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