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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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작년 7월에 실렸던 7pm의 리뷰를 올린다. 기본적으로 잡지의 홈페이지에 올라간다고 알고  있지만 어차피 내 글이니 내 블로그에 모아 놓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7pm과 김태윤 셰프의 존재를 알고 리뷰까지 하고 다른 레스토랑의 리뷰에 대한 사건사고가 터지는 가운데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생각하도 여기에 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생략한다.  7pm은 현재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운영을 중단한 상태인데, 셰프의 이후 행보 또한 궁금하다. 사진은 물론 잔뜩 있지만 난 언제나 없이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지향하므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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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과제는 무엇일까. 물론 아주 거창한 질문이다. 얼마 전, 1년여에 걸친 단행본 원고 작업을 드디어 마쳤다. 바로 그, 한식의 과제를 다뤘다. 과제가 한 가지일 수는 없겠지만 뭉뚱그릴 수는 있다. 바로 순수함의 회복이다. 2010년대에 순수함 타령이라니. 안다, 뜬금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별 일 아니다. 결국 장류로부터 거리두기다. 덮어놓고 양념부터 찾을 게 아니라 재료의 맛을 좀 더 이해한다. 모든 재료를 버무림의 부품이 아닌, 더 개별적인 요소로 여긴다. 복잡함도 덜어내야 한다. 여태껏 무차별적으로 재료를 그러 모아 놓고 맛을 일궜다고 믿어왔다. 이제 원하는 맛의 목표를 잡은 뒤 그에 맞춰 재료를 선별해 조리할 차례다. 정녕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싶다면 그 길 밖에 없다.

그런 한식의 실마리를 양식에서 감지했다면, 과연 얼마나 설득력 있어 보일까. 효자동의 세븐 피엠 이야기다. 광어 카르파치오를 받아 든다. 지나치게 두툼하지 않은 광엇살과 솔솔 뿌린 숭어 어란이 자아내는 두 겹 감칠맛의 얼개 사이로 쑥갓과 달래를 위시한 푸른잎 채소가 넘나들며 신선함을 채운다. 4월에 맞는 제철, 봄의 신선함이었다. 가늘게 채친 무의 아삭함이 방점을 찍는다. 과연 어느 좌표에 놓아야 할까. 무엇보다 모호함이 흥미로왔다. 카르파치오라는 딱지를 달고 나왔지만 영 회무침에 가까워 보였다. 초고추장으로부터 자유로운 회무침 말이다. 양식의 문법에서 장점을 취해 뼈대를 세우고 한식의 재료로 살을 붙인다. 마무리는 제철의 장점, 특히 생기가 맡는다. 그 결과 양식을 표방하지만 한식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걸친다. 덕분에 얼핏 모호해보이는 정체성이, 아이러니하게도 한없이 명료한 맛을 낳는다. 양념에 재료를 파묻지 않고 관계를 잘 매만져 낸 명료함이다. 고민은 많이 하되 손은 적게 움직여 구현한 명료함이다.

세븐 피엠의 주된 바탕이자 구조인 양식 문법은 시칠리아를 비롯한 지중해다. 뜨거움이 빚어낸 단순함과 올리브기름, 향신료를 공통분모 삼아 이탈리아와 프랑스, 북아프리카를 넘나든다. 다른 전채인 두릅은 광어 카르파치오보다 더 단순하지만 오히려 레스토랑의 방법론을 잘 보여준다. 아삭함을 잃지 않도록 데친 두릅의 밑둥에 프로슈토를 둘러 짭짤함과 감칠맛을 보태고 차가운 지방의 매끈함 및 풍성함도 한 켜 덧댄다. 곁들이는 바냐 카우다-원래 뜨거운-는 차갑게 내어 프로슈토의 매끈함에 한 켜를 더 보태는 한편, 낮은 온도에서 표정이 한결 또렷해진 마늘과 안초비의 강렬함은 두릅의 씁쓸함과 잘 어우러진다.

지중해에 훨씬 더 가까운 음식에서도 명료함은 빛난다. 안초비는 라 꼼마가 빛나던 시절 박찬일 셰프를 상기시킨다. 정확한 맛보다 정서, 또는 ‘멘탈리티’가 흡사하다는 말이다. ‘멸치를 발라낼 때 손톱 밑으로 파고드는 가시’의 무용담이 생각난다. 크고 과장된 손길 없이 재료의 맛을 빛내주는 접근 방식도 닮았다. 바냐 카우다의 차갑고 매끈한 풍성함을 이어 받은 바바 가누시 위에 안초비-당연히 직접 절인-를 올리고 토치로 살짝 익힌다. 덕분에 증폭된 등푸른 생선의 진함 및 부드러움이, 완전히 다른 질감으로 화한 가지와 잘 어우러진다. 고명인 적후추 알갱이가 입안에서 바삭하며 터지며 알싸함을 퍼뜨려 균형을 잡아준다.

평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운 메뉴를 맛보는 재미도 있다. 비텔로 토나토 같은 요리 말이다. 피에몬테 지방에서 비롯된 고전으로, 이름처럼 송아지고기(vitello)와 참치(tonnato) 소스의 조합이다. 생고기일 때 분홍색인 송아지 고기를 허옇게 삶아 참치-기본은 생물이지만 요즘은 통조림이 대세-소스에 파묻는다. 세븐 피엠식 해석은 통째로 구운 토싯살을 얇게 저며, 점만 찍듯 소스를 올린다. 쇠고기와 참치의 고소함이 겹치는 지점에서, 피에몬테 만큼이나 효자동의 초여름과도 잘 어울린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단짠’ 즉, 단맛과 짠맛의 밀고 당김이 선명한 페타 치즈 수박 샐러드에도 단순함의 미덕이 잘 살아 있다. 색깔과 질감으로 짐작하건대 압축(compressed,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질감이 사뭇 달라진다)한 수박이 밀면, 부드럽고 짭짤한 페타치즈가 당긴다. 민트는 그저 향긋함을 보탤 뿐이다.

한편 한식과 양식의 틈새를 파고는 시도 속에서 맛볼 수 있는 발굴의 재미는 덤이다. 서양에서 고대 밀을 복원해 빵을 굽듯, 인지도가 적은 재료를 찾아 조합한다. 한국에서 목을 매다시피하는 스토리텔링은 물론, 단순함과 명료함 사이를 관통하는 독창성도 확보한다. 삶은 홍합에 곁들인 전호 나물이 최선의 예다. 양식이라면 바질, 한식이라면 쑥갓을 대체하면서 향긋함과 더불어 바다가 근원인 동물과 식물 재료를 짝짓는다. 재미도 있고 맛도 독특하다. 제주도가 고향인 제 3의 감자 품종 ‘제서’는 봄의 달콤함이 넘쳐나는 완두콩 퓨레와 더불어 비에쥬 소스(sauce vierge, 올리브기름, 토마토와 바질 바탕의 남프랑스 소스)의 병어 구이를 완벽하게 보좌한다. 토종 찰벼라는 자치나쌀은 리조토에, 당조고추는 페타치즈를 채워 고기 요리의 곁들이로 가세한다.

물론 한식과 양식 사이의 지점을 찾으려는 모든 시도가 성공적일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무리하게 몰아 붙였다 싶은, 즉 셰프 자신이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고 보이는 시도는 확실히 분간이 쉽다. 대표적인 경우가 오리 가슴살에 곁들인 백김치다. 사워크라우트와 같은 개념의 음식임에 착안해 주니퍼베리를 더했는데, 일단 김치 자체의 완성도 또는 발효 정도 때문인지 신맛은 적고 쓴맛과 짠맛이 강하게 얽혀 중심인 오리 가슴살이 겉돌았다. 또한 적극적으로 사워크라우트를 차용하려는 의도였다면 부위(밑둥)과 채썰기의 폭(넓음)도 좀 더 세심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외로 탄수화물이 미완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빵-파스타-리소토가 그리는 삼각형에 일관적으로 보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오징어 먹물빵은 완성도도 그렇지만 단맛이 강하고 껍질이 부드러운 롤이다. 짠맛 위주로 간결하고 명료한 음식과 결이 썩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나라에 상관 없이 좀 더 지중해에 가까운, 기름기가 적고 껍데기가 잘 발달한 종류가 훨씬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레스토랑의 규모를 감안할때 굳이 직접 구울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는데, 서촌의 빵 사정이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 빵집이 적지 않은데 셰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한편 리소토와 파스타는 익힌 정도, 수분이나 소스의 비율을 조금 더 가다듬었으면 좋겠다. 특히 리소토의 경우 현미 찹쌀을 바탕으로 찰보리 등을 섞어 질감의 다양함을 주려는 의도는 높이 사지만 공통적으로 죽에 다가가려는 완성도였다.

지난 달에 리뷰한 권숙수가 한식을 출발점으로 현대화 및 고급화를 추구한다면, 세븐 피엠은 양식에서 출발해 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 점에서 만나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두 레스토랑이 그리는 교집합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한 아주 흥미롭다. 한편 세븐 피엠의 음식은 파인 다이닝의 빼어남(fine)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를 품게 만든다. 어떤 요소가 레스토랑과 음식에 격을 불어 넣는가? 두 손으로 꼽을 만큼의 어린 요리사가 미리 준비한, 역시 두 손으로 꼽을 만큼 다양한 아뮤즈 부시? 그렇게 따지면 세븐 피엠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안티 파인 다이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좁은 주방에서 너댓명의 조리사가 간신히 발 디디고 빚어내는 단순함 속에, 서울의 많은 레스토랑이 시도조차 못하는 빼어남이 엿보인다. 줄 서서 먹는 삼계탕집보다, 세븐 피엠이 서촌 또 혼재의 도시 서울에 더 잘 어울리는 음식점이다.

7pm

www.facebook.com/7PM.seoul

서울 종로구 통인동 137-11, 2층

02-730-3777

21석

일-토요일 점심 12:00~15:00, 저녁 18:00~22:00, 월~화 점심 휴무

분위기:  21석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한 친근함

서비스: 인력 보충이 절실한 1인 접객 체제

소리: 좁은 공간 치고 무난함

메뉴 및 가격: 단품 15,000~30,000원선. 저녁 코스 5/8/100,000원, 예약 주문을 통한 특별 코스, 점심 셋트 메뉴 등

와인: 이탈리아 토착 품종 화이트 등, 넓지 않지만 알찬 큐레이션

예약: 추천

장애인 편의: 휠체어 진입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