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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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뜬 순간 생각이 바로 들었다. 2월이다. 지옥문이 열렸다. 어제 전시회를 보고 시간이 잠깐 남아 스타벅스에 앉아서 공책을 펼쳐 놓고 목록을 만들었다. 이 일은 적어도 책상, 아니면 집을 아예 떠나서 해야 한다. 아니면 일 자체에 대한 생각 때문에 명료하게 목록을 만들 수 없다. 그래봐야 일의 종류와 주제, 대개 원고니까 분량과 마감 정도다. 나열한 다음 달력을 보고 각 과업의 소요시간을 가늠해 시작 시점을 잡는다.

일이 몰릴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은 쌓이는 부담감이다. ‘현타’가 사실은 더 정확하겠다. 크든 작든 마감을 하면 반드시 현타가 찾아온다. 몰두해서 끝냈으니 그 ‘모멘텀’으로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되는데, 사실 금방 푹 꺼지면서 귀찮음과 피로가 몰려 온다. 대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회복이 되는데 일이 몰리면 그렇게 할 수 없어진다. 그럼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다음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게 만약 몸이든 마음이든 상태가 안 좋을때 찾아오면 일종의 ‘셧다운 모드’에 들어간다. 모든 것을 회피하고 소파-침대가 아니다-에 누워 식물처럼 자버린다.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물론 일을 일찍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돌아가는 더 일상적인 과업이 항상 있고 ‘멀티 태스킹’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늘 말하지만 분위기 전환을 통한 능률 향상 차원에서 병행 가능한 일은 최대 두 가지로 본다(사실은 블로깅을 상수로 놓으니 세 가지지만).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역시 답은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이다. 한 가지 일을 할 때는 다른 일 생각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

물론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일이 몰릴 경우 힘들어지는 것이므로 어떻게 보면 불이 뜨겁고 물이 축축한 소리기는 하다. 하지만 일마다 어느 정도 멘탈의 벽을 세워 구분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 온다. 기타 앰프나 신디사이저류의 악기 중에서 모듈을 바꿔 끼워 기능이나 음색 등을 바꾸는 제품이 있는데 비슷하다. 물론 그렇다고 지옥이 지옥 아닌 것이 되지는 않는다. 능률이 조금 더 좋아 다만 10초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번 시간은 귀하니 만큼 술과 담배 보다는 산책이나 고기 먹기 등에 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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