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식도염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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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냐고? 글쎄, 은근히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괜찮기가 일단 기본적으로 힘들다고 한 자락 깔아 놓고 나면, 그 자락 위에서 소수 의견을 글로 쓰는 사십 대 중반의, 벌이가 시원찮은 프리랜서가 괜찮기란 너무나도 확률이 떨어지는 일임을 넘겨짚기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죽을 때까지는 잘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안 괜찮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러 방책이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요긴한 건 병원 방문이다. 병을 키우면 절대 안된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일단 병원을 찾아가서 진찰을 받는다(라고 말은 하지만 어째 육체적인 건강에만 치우치는 느낌?).

뭐 그런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는 날이었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찾아가 피를 뽑는다. 어떤 것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주시와 관리는 필요한 상황이다. 가기 전날이면 아주 살짝이라도 긴장을 하는데 결과는 괜찮다고 했다. 3개월 전에 비해 수치가 아주 약간 올라가서 요즘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인 *우려*를 표명했더니 ‘100점이나 95점이나 A+는 마찬가지니 딱히 걱정할 필요 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역시 훌륭한 분이다. 안심하고 약을 한 보따리 싸가지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커피를 한 잔 테이크아웃했다.

책을 한 권 쓸 때마다 건강이 유턴한다. ‘외식의 품격’을 쓰던 4년쯤 전엔 그래도 온전히 내가 불러 일으킨 문제라고 할 수라도 있었다. 대중없이 아무 때나 원고를 썼고 특히 새벽까지 쓴 뒤 잠이 안 오면 위스키를 마셨다. 그 책은 간을 좀 품팔아 쓴 것이었다. 그걸 알아서 이번 원고를 쓸 때는 ‘주중에 취재 제외하고 특히 집에서 술 마시지 않기-가급적 낮에 일하기-더 규칙적으로 운동하기’의 3원칙을 세워서 나름 준수했다고 생각했으나 2015년 후반기쯤 각종 수치가 급격히 나쁘게 나왔었다. 사실 나는 이 원고를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실제로 썼다는 사실도 가끔은 믿을 수 없다. 이 원고를 착수한 이후 삶은 계속해서 비현실의 굴레로 빠져들었다는 느낌이다.

역도성 식류염, 아니 역류성 식도염 약은 항상 요긴하다. 다른 약들은 일종의 예방책이라 먹는 재미가 떨어진다면, 이건 즉각적 효과를 나타내므로 안 괜찮은 삶을 특히 아침 나절에 조금이라도 괜찮게 느끼는데 큰 도움을 준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일부터 시작했다. 아침 굶고 병원에 갔다온 날엔 퍼지기가 쉬운데 지금 번역 마지막 마감을 좀 앞당겨서 설 연휴 전에 끝내려고 자가 채찍질 중이라 그러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끼니를 먹고 날씨가 좀 풀린 것 같아 환기를 시킨 김에 잠깐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와 발깔개를 빨아 널었다. 운동가기 전까지 정말 신나게 채찍질했다. 말은 아니지만 손가락이 키보드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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