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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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걸었다. 아니, 언제나 걸어왔다. 하지만 요즘의 발걸음엔 목적의식이 배어 있었다. 이제 드디어 여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믿어도 좋을 (이렇게 애매한 표현을 쓰는 건 이 일이 그만큼 내 속을 많이 썩였기 때문이다. 지금 어떤 것도 나를 안심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전까지는. 나는 아마 책이 실물로 내 눈 앞에 나타날 때까지는 믿지 못할 것이다), 원고 다 써 놓은 다음 책의 프로젝트가 걷기를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정한 지역을 주기적으로 한참 걸어왔다. 그도 아니라면 대개 저녁을 먹고 동네 주변을 걸었다. 말하자면 목적 의식 없는 걷기가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말이다.

내방역에서 볼일을 보고 406번을 타고 신세계 앞까지 올라와 쭉 걸었다. 교보문고-내 책도 몇 개월 내에 자리 잡으리라?? 드디어??-를 지나 오랜만에 정동길을 걸었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도 기억 못하는 오랜만이었다. 1년? 2년? 하여간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을 걸으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대체 이것조차 하지 못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많은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한동안 미쳐서 살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올 한 해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마도 연말에 다시 쓰겠지만 한마디로 처참한 실패다. 그러니까 두 번은 글을 써서 처참함 실패임을 적시해야 할 만큼 실패했다. 앞으로 몇 년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되돌릴 수 있다면 남은 목숨 가운데 5년쯤은 접어줄 수 있다. 알고 보니 딱 5년 쯤 더 살 예정이었다면 되돌린 2016년을 살고 죽는 꼴이 된다. 그래도 아쉬울 것 없다. 아름다운 것들의 힘을 빌어 간신히 버티고는 있다고 믿었다. 딱히 착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원래 아름다운 것이 아니며, 그런 것들 덕분에 아름다워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원곡 비디오는 차단 당해서 가져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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