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방식당-훌륭한 수육과 독한 국물의 밀면, 맛의 현대화 가능성

img_6158밀면보다 수육이 궁금해 들렀는데, 훌륭했다. 삼겹살도 아니고 다릿살 같은데, 살코기와 비계가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리면서도 둘의 중간지점을 찾아 잘 익혔다. 지방이 조금도 깃들지 않은 살코기라면 퍽퍽함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썰어 낸 두께와 엇비슷한 비율의 비계가 충실하게 갈음해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갈라주는 요소가 아쉬웠는데, 물수건, 숟가락과 더불어 내지 않는다는 요소가 새우젓이니 최적의 조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렇다면 김치류의 역할이 중요할텐데, 일단 무김치는 설탕이 분명히 아닌, 뭉툭하고 긴 여운의 단맛이 강해 오히려 고기에게 부담을 주었고 그나마 배추김치가 훨씬 나았지만 신맛이 충분하지 않았다.

한편 밀면 또한 완성도 자체는 꽤 높은 음식이었는데, 국물이 더도덜도 없이 독했다. 다시다+설탕+양조식초(빙초산??)의 맛이랄까. 사실 7,000원짜리 음식임을 감안하면 설사 진짜 그 정도의 재료로 국물을 냈다고 해도 정확하게 문제는 아니다. 다만 맛의 조절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 특히 신맛이 너무 독했다. 말끔하게 삶아 또아리 틀어 낸 면만 적당히 건져 먹고 나왔다.

img_6159혼합 양념 일색인 한식의 맛 구성 자체를 일단 돌아봐야 하겠지만, 양념을 구성하는 각 요소의 재고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색채-수준(고급/저급)의 차원에서 가장 시급하게 들여다봐야 할 요소가 바로 신맛이다. 일단 독하고 다양성이 떨어진다. 타는 듯한 식초 일색이고 과일의 신맛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오래된 음식점이 굳이 맛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통이든 습관이든 오래 고수해왔다면 특정 음식점이 굳이 바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음식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싹틀 수 있는지 여부다. 음식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재료의 업데이트 등을 통해 새로운 맛의 구성하는 시도 말이다. 어느 시대에는 신맛의 선택이 빙초산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신맛이 천편일률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식초도 종류가 훨씬 다양해졌고 레몬 같은 시트러스도 존재한다. 과연 이런 재료를 상존하는 음식의 맛에 편입 및 치환시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런 시도가 성공적이라면 밀면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좀 더 다양한 맛을 지닌 음식과 수준을 지닌 음식이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식의 현대화고, 이는 일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제안하는 ‘모던 한식’과 전혀 다르다. 라연이 그나마 이런 단계를 밟아서 현대화된 한식을 낸다. 정식당에서도 ‘트리플 해장국’처럼 성공적인 메뉴가 종종 있었다.

현대화된 밀면이나 수육 같은 음식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다시마 뵈르 블랑 소스의 농어 구이보다는 훨씬 한식일 것 같은데 시도가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 굳이 추측하자면 기본적으로 전통과 습관을 분류하려는 시도가 없고, 맛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발효 식품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데 한국 고유의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거나, 신맛은 색채와 표정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맛의 경험에서 같은 역할을 맡는데도 다른 신맛이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다른 요소로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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