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카페 뒤 몽드-미국에서도 안 먹어본 베녜

IMG_3093‘미국에서도 못 먹어 볼 만큼 맛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럭저럭 살았지만 제대로 된 베녜(beignet)를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는 말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차로 8시간?-에 살면서 뉴 올리언즈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다. 2005년 달라스-포트워스에 킴벨 미술관을 보러 가던 여정에 끼워 넣을 수 있었는데 무리다 싶어 접었고 이후 태풍 카트리나 때문에 뉴 올리언즈는 이제 다른 도시가 되었다.

하여간 그렇게 못 먹어본 베녜를 오사카에서 먹었다. 우메다 역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잠시 쉴 요량이었는데, 마침 다른 것도 아니고 베녜를 판다고 해서 들렀다. 어째 상호며 색상을 비롯한 분위기 등이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뉴 올리언즈에 명소 격의 같은 카페가 있다. 1990년에 처음 진출했고 미국의 여덟 군데 보다 더 많은 스물 한 군데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아예 없어졌으니 좀 다르지만 타워레코드 같달까.

IMG_3097베녜는 기본적으로는 프리터, 즉 튀긴 (밀가루) 반죽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도너츠다. 다만 뉴 올리언즈의 베녜는 계란이 들어간 발효 반죽을 튀기고 고운 가루 설탕을 수북하게 뿌려 내는 것이 일종의 문법처럼 자리 잡았다. 크레올 음식의 유산이다. 갓 튀겨 나온 걸 베어 물었을 때 반죽의 따뜻함과 폭신함에 급격하게 녹아 퍼지는 가루 설탕의 달콤함이 어우러지는 순간의 맛이 훌륭하다. 잘 다듬은 단순함이 주는 즐거움이다. 때로 너무 단순해서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생각나서 찾으면 또 잘 띄지 않는다.

IMG_3095한편 이곳의 커피에는 치코리가 섞인다. 남북전쟁 당시 부족한 공급을 갈음하기 위해 섞기 시작한 게 일종의 전통 대접을 받는다. 그냥 커피의 대체재 또는 궁여지책의 산물이므로 요즘도 특색이라 봐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선다. 하여간 베녜에는 카페오레가 기본 조합이라는데 별 생각이 없어서 그냥 차가운 커피를 시켰다.

2 Comments

  • Jean says:

    치커리 커피는 프랑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거라 프랑스계 크레올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 데, 의외로 남북전쟁인지도 모르겠네요. 금방 위키를 찾아보니 프랑스에서 처음 상품화 된 치커리 커피는 1858이라고 하네요. (위키라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도 은근히 재밌는 역사의 조각인지 모르겠습니다.

    • bluexmas says:

      남북전쟁의 여파로 크레올의 비기가 더 대중화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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