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동무밥상-동무하기 싫은 음식

IMG_2194채 20석도 안 되어 보이는, 15석에 가까울 좁은 가게에 40인치가 족히 넘는 평면 텔레비전이 걸려 있다. 일요일 오후, 예능이 시끄럽게 흘러 나온다. 강호동이 교실에 앉아 울부짖는다. 남자 한 명이 문 바로 뒷자리에 혼자 앉아 음식을 시킨다. 만석이다. 뒤를 이어 4인 손님이 들어와서는 대기를 요청 받자 남자 바로 옆의 복도에 둘러싸고 서서 잡담과 예능 시청을 동시에 한다. 접객을 맡은 50-60대 여성이 남자에게 다른 1인 손님이 앉은 식탁에 합석을 요청한다. 밥 먹을 건데 그냥 안하면 안됩니까. 그러게. 나도 속으로 생각했다.

IMG_2192이런 광경 속에서 음식이 나왔다. 찐만두는 군데군데 터졌고 한 번 이상 찐 다음 식어 말랐다. 소는 들척지근하니 이곳 아닌 어딘가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순대도 마찬가지 맛이라 전혀 호감이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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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시켜본 식해는 전혀 삭지 않았고, 압도하는 매운맛과 생선 껍질의 질김이 얽혀 고통을 안긴다. 이어 같은 매운맛의 배추김치가 고명으로 얹은 “냉면”은 메밀의 함유량이 꽤, 대개 우리가 평양냉면이라 여기는 음식의 일반적인 비율보다 낮다는 걸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굳이 찾아 먹을 이유를 못 느낀다.

IMG_2190여기에 왜 이런 음식점이 생겼을까. 내려는 음식과 입지-면적의 불일치만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정원면옥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미네 같은 곳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였을까? 어쨌든 동무밥상에 가 본 소감은 그렇다. 내 동무를 데려 가고 싶지도 않고, 굳이 그런 음식 원하지도 않지만 동무가 차려주는 밥상 같지도 않다고. 동무랍시고 이런 음식을 먹이려 들면 절교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늘 말하지만 이건 이북이나 을지로, 평양과 함흥냉면 같은 기원이나 양식의 문제가 아니다.

4 Comments

  • 4times says:

    원래부터 업장은 비좁았지만, 음식이나 담음새나 접객 서비스가 처음과 아주 달라졌습니다. 놀라울 정도로요. 되돌릴 수는 없겠더군요.

  • dd says:

    안 그래도 아시아 몇몇 국가들에서 식당들이 큰 소리로 TV 켜 놓는 거,
    서양인들이 ‘매우’ 신기해하더군요. ㅎㅎ
    식해 참 매워 보입니다.
    한 점 먹고 나면 이전에 먹었던 다른 음식들 맛을 전부 덮어버릴 것 같아요.
    전에는 의식 못 하다가 요즘 드는 생각인데요,
    물냉면에는 삶은 달걀 안 올려도 될 것 같아요.
    그냥 습관적이고 뭔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 있죠.
    노른자 때문에 자칫 국물 지저분해질 수도 있고요.
    매운 면 위에 올린 것은 ‘fire extinguisher’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라리 고기나 좀 더 맛있게 양념해서 양을 늘려 얹으면 좋으련만…

  • 식빵껍질 says:

    평양냉면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전부 다녀본 매니아예요 이 블로그에서 평양냉면에 대한 포스팅을 보면서 공감도 많이 했어요 남양주 쪽에 가실 일이 있다면 “메밀과 불고기”라는 집 한번 가보셔요 아주 험블한 가게인데 평양냉면이 최고예요:) 메인요리인 돼지고기 메밀쌈도 괜찮지만 냉면이 참 맛있는 집이예요 후추향이 좀 많이 나는 묵직한 고기육수에 백김치도 얹어진 스타일이예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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