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생일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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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다른 날은 몰라도 생일엔 잡담을 써야 한다. 특히 이번 생일 같은 경우라면 더더욱 써야 한다. 지난 10년 이래 최악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꿈꿔왔다. 그 모든 근심걱정을 헤치고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듯 고요하고 평온한 지평에 이르렀을때, 겪어 보지 못한 종류의 불행이 짠!하고 나타나 뒷통수를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그날을. 오늘이 그날이다. 그리고 그날이 생일이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죽는 날까지 기억할 생일이다. 물론 ‘마치 아무 것도 없는 듯 고요하고 평온한 지평’은 아직 구경도 못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날들 지나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그러나 알고는 있는가. 삶은 사실 ‘그런 날’의 연속일 확률이 너무나도 높다는 것을. 분명 나는 삶의 후반전으로 접어들었건만, 아직 ‘좋은 날’은 왔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럼 뭘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 전시물은 고사하고 내부 공간에라도 발을 디뎌보려고 갔다가, 너무 오랜만에 간 길을 완전 잃고 해멨다. 결국 밖에서 미세먼지 가득한 바람이나 좀 맞다가 돌아왔다. 이것이 결국 삶 아닌가. 적어도 나의 삶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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