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 대관원-후속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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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을 올린게 딱 4개월 전이다. 후속 리뷰 한 편 쓰기 괜찮은 타이밍이다. 정말 근처에 있다 보니 확실히 다른 음식점보다는 더 자주 갈 수 있었다. 첫 글에 단 덧글에서 언급했듯, 나는 어느 시점에서 음식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개업발’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점차 음식에서 일관적인 성향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정확하게는 조정 과정의 중간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백기가 존재했던 요리사가 현재의 경향에 맞춰 이것저것 조정해보았으나 큰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를테면 ‘깐풍기에 왜 국물이 없는가?’라는 불평 같은 것들 말이다.

IMG_1533 이제 웬만한 메뉴는 다 먹어 보았으나, 개별 음식의 분석은 접고 전체의 인상을 짚고 넘어 가겠다. 참고로 탕수육은 어디에서도 일부러 먹지는 않는 편이라 잘 모른다. 첫째, 일단 스타일로 보자면 꼼꼼하거나 아기자기하기는 않다. 좋게 말하면 호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섬세함이 살짝 떨어진다. 맛보다는 조리를 향한 접근이 그렇다. 다만 이것이 정말 스타일인지, 아니면 공백기 등등의 시간의 문제인지는 정확하게 판단 내리기 어렵다. 맛 자체만 놓고 보자면 감칠맛, 단맛 등의 카드를 써 우격다짐으로 몰아 붙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체로 적절하다. 먹고 난 뒤 ‘조미료 미터’가 급등하는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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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튀김이 약하다. 직접 만드는 만두도, 좋지만 때로 다른 조리법을 거친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만든다. 맛이 없다거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계속 먹어본 결과, 식탁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요리류는 튀김보다 볶음 바탕이다. 그쪽이 확실히 강하다. 유산슬-팔보채-전가복 라인이나 산라탕 같은 메뉴도 괜찮다. 대표 메뉴는 오향장우육을 꼽아야 할듯. 한편 그 오향장육을 바탕으로 만드는 냉채도 좋았다. 어느 해산물도 과조리되지 않았다.

IMG_1122셋째, 그래서 일반 식사류에서도 볶음밥과 간짜장이 훌륭하다. 하자면 꼽자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한때 면에도 소다를 좀 넣는다는 느낌이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탓에 면이 좀 빨리 풀어지는 경향도 있지만 맛은 괜찮다. 7,500원에 업그레이드된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 하나 만으로도 확실한 장점이다.

넷째, 첫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시 짚어보자. 처음 리뷰를 올렸을 때 누군가 ‘한 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갈 만한가?’라고 물었다. 그동안 먹을때 마다 계속 생각했다. 누군가 행동에 옮긴다면 말릴 이유는 없겠지만 답은 ‘아니다’가 맞다. 일반론을 동원하자면,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곳이라면 그 자체로 목적지(destination restaurant)여야 한다. 가격 등 다른 요소도 감안해야 되겠지만, 메뉴의 특이/독창성으로 보았을때 대관원은 목적지 레스토랑의 조건에 들어맞지 않는다. 그것은 웬만한 중식당, 아니 식종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식사) 메뉴를 내는 음식점 모두에 해당된다. 대관원은 10분 거리에서 올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하고, 30분 거리라면 좋을 수 있고, 45분 거리라면 아슬아슬하다. 첫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곳의 미덕은 어느 시점에서 사라진 중식당의 음식을 재현하는데 있다. 만석닭강정 같은 스타일의 깐풍기를 물어보는 손님이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두에게 소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6 Comments

  • hayabusa says:

    어제 대관원에서 밥먹고 사장님이랑 잠깐 얘기나누니까, “그냥 예전 중국집 재현으로 돌아가겠다” 라고 얘기하더군요. 최신트렌드에 맞춰 이런저런 시도하는건 의미 없다는 입장이였습니다.

    튀김보다 볶음에 대해선, 튀김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데랑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고 하셨고요. (튀김요리에 얹는 소스 빼고)

    어제 류산슬밥으로 먹었는데 (류산슬 소자랑 류산슬밥의 류산슬 양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함), 잘 볶았습니다. 해삼은 질기지 않고, 돼지고기도 볶은 티가 나고, 호부추도 아삭아삭 소리나면서 단맛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bluexmas says:

      네 류산슬밥, 잡탕밥은 좋은 메뉴라 생각합니다. 이런 중국집 하나쯤 있는 것도 좋죠.

  • 번사이드 says:

    근래엔 친구와 가서 동파육과 깐풍새우를 먹어봤는데, 동파육 잘 삶고 좋아서 친구가 아주 만족했고, 튀김류인 깐풍새우는 별로였습니다. 잡채밥은 동네중국집 수준이고, 곁들이 계란국의 계란은 회전이 당시 덜 되었는지 살짝 맛이 가서 매니저에게 조용히 얘기는 했습니다..
    오향장우육, 동파육 등 확실한 주력메뉴가 있으니 제겐 좋은 가게긴 한데, 탕수육이나 깐풍기, 깐소새우같은 거 찾는 대중들에겐 어필하기 어렵겠죠~

  • Sean Lee says:

    마침 30분거리라 소개해 주신 덕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
    그런데 마지막에.. 대관원이 목적지 레스토랑이 아니라는데에는 논리와 근거 모두 완벽히 공감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서 딱히 목적지 레스토랑으로 꼽을만한 중식당이 별로 없는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대부분의 유명한 중식당도 주력은 – 잘은 만들었겠지만 독특하지 않은 – 탕수육, 짜장면… 류이니까요 ㅎㅎ;

  • 아훔 says:

    며칠전에 가서 유산슬을 먹었는데, 완두콩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넣지 않은것 같았는데 유산슬에 완두콩이 원래 들어가나요?
    양을 채우기 위해 넣었다고 하기에는 또 그렇게 많이 넣진 않았습니다..

    뭔가 다른 재료들과의 식감과 어울리지 않아 다 골라내고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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