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족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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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아름다운 사진을 찾다가 포기했다. 사실 족발이 아름답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100% 저녁 메뉴다 보니(점심에 족발이라…) 조명도 시원치 않다. 조명과 큰 카메라를 써서 좀 더 적나라하게 찍으면, 오히려 더 보기 싫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한참 마포의 금복족발을 먹다가 맛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 좀 멀리했다. 그집의 장점이라면 차갑게 식혀서 얇게 저몄을 때 질감의 대조가 좋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안쪽 살코기의 질감이 나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하자면 재료의 상태가 바뀐 결과랄까. 생기가 없어졌다. 그래서 이리저리 방황을 하다가 동네 족발집으로 두 번 정도 손을 뻗쳐 보았다. 포장해오면 ‘중’이 25,000원. 거리 등등을 감안하면 일단 무마용으로는 괜찮다고 보았는데, 두 번째에서 거의 뜨끈뜨끈한 족발을 받아 왔다. 이건 그러니까 ‘미지근’과도 거리가 먼 수준. 두 겹으로 팽팽하게 씌워 놓은 플라스틱 랩 너머로 전해 오는 온기에 할 말을 잃었다.

잘 모르겠다. 딱히 맛있는 족발은 아닌데 그래도 상온으로 내는 게 장점이라 생각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주문이 밀려서 채 식히지 않은 것을 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따뜻한 족발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 젤라틴으로 분해된 껍질의 콜라겐이 가장 끈적하고 불쾌한 상태를 띤다. 게다가 얇게 저미기도 어렵다. 껍질은 끈적거려 날에 붙고, 살코기는 부스러진다. 따라서 두껍기까지 한 조각을 집에 넣으면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정확하게는 ‘느글거린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어쨌든 균형을 잡기 위한 부수적 요소를 계속 찾게 된다. 새우젓이나 쌈장일 수도 있고, 생양파나 김치일 수도 있다.

세계적인 경향은 물론 심지어 한식에서조차 돼지 부속이나 장기 등은 차갑게 먹는 설정이 기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온과 냉장보관의 사이 지점이다. 흔히 ‘콜드 컷(cold cut)’이라 부르는 햄 종류가 그렇고, 한식에는 돼지머리 편육도 있다. 특히 지방이 전체에 고르게 퍼지지 않고 켜나 덩이를 이루고 있는 부위라면 온도가 올라갈 수록 다른 부위간의 물성 격차가 커진다. 그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현재 족발의 높은 온도는 분명히 한두 군데의 특수성이 아니다. 경향 수준을 넘어 표준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어떤 논리가 작용하는 걸까. 물성을 고려할 때 각 음식에는 분명 그에 맞는 최적 온도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젓갈이나 게장 같은 음식을 미지근하게 먹는 사람은 없다.

족발마저 한식의 희박한 온도 개념의 피해자로 보아야 할까. 한국어 어휘의 다양성을 높이 사는 부류가 있다. 이를테면 온도, 특히 따뜻함 계열을 묘사하는 단어 같은 것들 말이다. 따뜻하고 뜨겁고 뜨뜻하고 뜨뜻미지근하다. 다 좋다. 그러나 정작 그 형용사군의 대상 가운데 하나인 음식은 다양함의 수혜를 받지 못한다. 뜨거운 것은 펄펄 끓도록 뜨겁고, 차가운 건 냉장고에서 바로 나와 이가 시리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상태가 존재하는가. 또한 각 상태를 최적이라 결론 내릴때 과연 재료의 특성이나 물성은 고려하는가. 온기가 감정적인 측면에서 음식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킬 수는 있는데, 정작 입에 넣었을때 물리적인 측면에서 최선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족발이 표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음식을 감정으로만 먹는다는 이야기인가? 어쨌든 이 따뜻한 족발의 시대는 석연치 않다.

사족: 족발의 간을 완벽하게 맞추는 건, 형체를 유지하는 수준까지만 익힌다고 가정할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쫀쫀한 껍질이 막 역할을 하고, 그 바로 안쪽에 지방의 켜도 존재한다. 그래서 간을 맞춰주는 보조수단이 필요하다면, 짠맛이나 감칠맛 위주의 장류보다는 느끼함을 덜어주는 산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다.

16 Comments

  • Randy Lee says:

    드디어 이 주제군요 ㅠㅠ

    요즘에는 심지어 족발이란 ‘따뜻하게’ 먹는 것이며, 차가운 족발은 먹을 게 못된다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세상이 잘못된 건지 제가 잘못된 건지 모르다가도 모르겠습니다.

    ::

    전에 한 번 드렸던 얘기지만, 재료 질의 하락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모돈(으로 의심되는 소위 왕족발 운운하는 것들)의 경우, 뜨거우면 부들부들한 맛에 어떻게라도 먹지만, 차가우면 도대체 먹을 수가 없는 것이 돼 버리니까요.

    여튼 장충동 단골집마저 뜨거운 족발을 내놓게 된 지금, 정말 족발에 한해서는 쿼바디스입니다. 하다못해 우리나라 음식이 아니라면 외국에 나가서 먹어볼 희망이라도 가질 텐데, 한국 음식이라 그걸 바랄 수도 없구요.

  • 방서정 says:

    족발…
    머고파

  • Nicky says:

    가끔 글을 보는데요. 제가 타이밍이 안좋은걸까요? 글이 매번 결과적으로 부정적으로 마무리 되는것 같네요
    글쓴이가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가게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명한 집을 낮추어 비난하는 글보단
    유명하지 않은 집을 칭찬하는 글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더욱 유익하지 않을까 합니다

  • 최후의 보루 금복족발도 무너지나보네요 ㅠ.ㅠ
    어르신에게 들은 예전 족발은 좀 식은 것이었다 들었는데, 요새는 거의 다 뜨끈하게 내오죠;;
    그러고보니 족발에 레몬곁들이 내오는 가게도 본 기억이 없네요~

  • robin says:

    유명한 집이긴 해도 잘 못하고 있는 점은 누군가 짚어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봅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bluexmas says: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글에선 “유명한 집” 언급도 안 했습니다만.

  • 가나 says:

    이상적인 온도의 족발을 먹어보고 싶네요.
    사먹는 것들 중 따뜻하지 않은 족발은 항상 뭔가 석연치 않게(?) 식은 느낌만 받았었거든요.
    그냥 방치해둬서 차가워졌다든지, 온도는 맞을지 몰라도 그냥 맛이 없다든지…

    • bluexmas says:

      중국집의 장육은 데워 내지 않으니 그걸 참고하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robin says:

    아, 위의 Nicky님 의견을 보고 해본 소리였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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