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리틀 앤 머치-어쩌면 방어적인 제스쳐

[강남구청] 리틀 앤 머치-단맛과 2차적 맛의 ‘밀당’

IMG_0709원하는 것보다 조금 오랜만에 ‘리틀 앤 머치’에 들렀다. 지난 12월의 올리브 매거진 디저트 옴니버스 리뷰에서 나는 이곳의 프티 가토를 ‘다만 발전의 의미가 남아 있다는 의미에서 ‘교과서적’이다’라고 평했다. 일단 모양도 좋고, 만듦새도 똑 떨어진다. 질감도 훌륭하다. 일단 시각적인 측면만 놓고 보더라도 이렇게 잘 만드는 곳이 많지 않다. 하지만 맛의 조합이 여전히 다소 단조롭다. 기술적인 측면이 분명히 없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그 바깥 영역의 과제다.

IMG_0708잘 즐기기 위해서는 먹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 놓는 것이 중요한데, 케이크라면 두 쪽이다. 그렇게 제한을 두고 먹고 싶은 걸 고르다 보니 짝이 맞는다고는 볼 수 없는 두 가지를 먹었다. 균형은 ‘캐러멜 마롱(9,000원)’이 훨씬 좋았다. 밤 무스 위를 뚫고 올라오는 짠맛과 화이트 초콜릿의 캐러멜화한 맛(흡사 연유를 캐러멜화한 듯한)의 조합이 훌륭했다. 부드럽다기 보다 다소 꾸덕한 질감과 단맛 사이에서 베리 크럼블이 신맛-향-질감의 균형을 한꺼번에 잡아주는 설정 또한 그 자체로 나쁘지 않았으나, 단맛과 질감을 한데 어울러 고려한다면 이보다 더 적극적인 신맛-과일층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트러스일 수도 있고, 지금처럼 딸기일 수도 있다. 다만 요즘 제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산 딸기로는 결이 잘 묻어나지 않을 것이다. 코스트코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냉동 딸기 정도의 신맛(tartness)를 지닌 과일층이라면 어떨까.

IMG_0710같은 맥락에서 ‘퀸텟(10,000원)’은 겉보기의 완성도에 비해 섬세함이 조금 떨어졌다. 초콜릿으로 ‘올인’하겠다는 콘셉트는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 아쉽다. 좀 더 다양한 요소를 차용해서 초콜릿의 ‘shade’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토 부피의 90% 이상을 이루는 다크 초콜릿 무스의 질감은 뻑뻑한 쪽으로 추가 기우는 가운데,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그 크나큰 지방의 여운이 지나치게 빨리 지나쳐 버린다.  꼬리에 아무런 맛이나 향을 엮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재료만 해도 오렌지, 산딸기, 체리를 비롯해 패션프루트 류의 열대 과일 등이 있고, 대추(국산 아닌)나 포트 와인처럼 익숙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고전이라 통하는 조합도 있다. 짜든 달든, 음식에 지방을 쓴다는 건 그만큼의 기회를 확보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경우라면 아주 큰 기회를 스쳐 지나 보내는 셈이다. 이 상태라면 깨끗할 수는 있지만, 단조로움은 피할 수 없다. 나는 한꺼번에 두 점을 먹었으니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즉 한 쪽만 먹더라도 절반을 넘기는 지점에서는 질릴 수 있다고 본다.

질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정도의 양과 기본 질감이라면 뚜렷하게 대조를 이루는 층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바닥의 초콜릿 스폰지는 섬세하지만 촘촘하니 가볍지 않고,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초콜릿 칩은 바삭함을 주기는 하지만 무스와 조금 다른 뉘앙스로 녹아 사라지는 과정까지 감안한다면 일종의 반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요소를 초콜릿의 변주라는 콘셉트로 계획한다고 해도 좀 더 다채롭고 극적일 수 있다. 한 발 떨어져서 맛을 조망하면 힘이 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그래서 ‘교과서적’이라는 인상이 남는다. 가격까지 감안한다면 이보다 더 나은 맛의 조합을 보고 싶다.

한편, 이 가게의 정체성이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인지도 궁금하다. 전형적인 베이커리나 디저트 전문점이라고 여기기엔 라인업의 폭이 너무 좁다. 카페라고 생각하기엔 케이크의 완성도가 너무 좋아서, 한편 일종의 방어 전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 것 하나 잘 하지 않는데 백만 가지를 내는 백화점식 전략은 확실히 좋을 게 없다. 모두가 똑같은 걸 똑같이, 그것도 맛없게 만들어 파는 현실과는 이제 작별 인사를 고할 때도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가 마음 먹은 대로 풀리지 않으면 언제라도 아마추어의 영역으로 발을 뺄 유사 프로처럼, 무슨 작업실 같은 환경에서 순수 예술하듯 몇 가지, 선심쓰듯 내놓는 것도 음식의 기본적인 특성과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 경우는 아니지만, 능력과 일치하지 않는 아티잔 코스프레가 너무 많다.

그 가운데서 어느 지점을 찾아야 되겠지만, 어쨌든 지금처럼 대여섯 가지 케이크 한 점씩 진열장에 담아 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선택과 보는 즐거움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볕마저 잘 들어 훌륭한,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공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라. 그 모든 걸 다 먹을 수 없겠지만, 진열장에 가지런히 담겨 있는 각종 케이크나 과자류는 일단 보는 것만으로 크나큰 즐거움을 안겨 준다. 그것 또한 베이커리나 디저트 전문점이 제공할 수 있는 미덕 가운데 하나일 텐데, 이곳에서는 맛볼 수 없다. 현재 내놓는 케이크나 공간, 친절하고 섬세한 서비스 등이 품게 만드는 기대를 감안하면 방어적인 제스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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