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15

 

1. 피아노

나는 피아노를 굉음으로 기억한다. 각각의 연주, 각각의 소리는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열 대 정도의 소리가 한꺼번에 겹치면 그건 굉음이 된다. 피아노는 굉음을 발생하는 생계 수단의 도구였고, 세 음절에는 언제나 피로가 묻어 있었다. 그래서 듣게 되는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지금도 듣다 보면 가끔 기억나고 또 지극히 한정된 음반과 연주자에만 손을 뻗는다. 어떤 지난함은 크게 보상 받지 못한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 그런 지난함이 기억난다.

2. 글

올해 글은 불치병 같은 것이었다. 아니, 그냥 고질병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낫기는 나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올해는 무엇인가 대가를 치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3. 죽음

유난히 의식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다. 의식하고 자주 몸서리쳤다. 죽음이 삶의 대가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늘 의식하고 살 필요는 없다. 그런데 왜.

4. 불행

그래서 전반적으로 올해는 불행했다. 나는 스스로를 불행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정확하게는 불행의 패턴이나 인과관계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겠다. 불행은 언제나 새롭지 않다. 예전 것의 변주일 뿐이다.

IMG_0371완전히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남은 여유를 다 털어 보내고 두 개 남겼다. 그마저도 하나는 우체국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떨궜다. 하나 남았는데 왠지 먹고 싶지는 않다. 참담함의 상징으로 남겨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2015년은 참담했다. 그 참담함을 그대로 안은 채로 2016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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