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원곡동] 고향식당-잔치국수와 불고기의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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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심포지엄 참석차 안산에 갔다가, 주최측의 의지 덕분에 원곡동의 고향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4인이 베트남 만두(8,000원)와 쇠고기 라임 고추 볶음(15,000원)을 한 접시씩 시켜 나누고 1인 1 포(쇠고기)로 마무리했다. 이제는 이런 음식을 먹을때, 개별적인 음식에 대한 평가보다 엉뚱한 생각을 더 많이 한다. 한식, 특히 비슷한 가격과 입지 형식 등을 지닌 음식의 팔자 생각이다. 수요미식회에도 등장했다던데, 고향식당의 포에서 엄청나게 특별한 구석을 감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통상적으로 국물 내는, 향신료를 더하는 방식을 생각하다면 특유의 향은 좀 약하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조미료 등으로 쓸데없이, 또 지나치게 밀어붙이려고 하지 않는 국물이었다. 여기에 고수 등 향신채의 신선함, 바로 짜낸 라임의 상큼한 신맛 등을 더하면 크게 아쉬울 것 없는 뒷맛을 남긴다.

2015-10-24 12.37.32바로 그 점에서 생각하게 된다. 생경함을 극복 또는 무시한다면, 이런 것들과 비슷한 입지의 한식은 경쟁이 가능할까? 쌀국수도 그렇지만, 베트남 만두와 쇠고기 라임 고추 볶음은 한 술 더 뜬다. 생강을 자신 있게 넣은 스프링롤의 속은 순대와 꽤 흡사하다. 쇠고기 볶음은 사진으로도 그렇게 보이겠지만, 불고기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대신 라임과 생고추 덕분에 통상적인 불고기보다 맛이 한층 더 생생하다. 이를 적당한 씁쓸함을 지닌 상추-기본으로 딸려 나온다-와 싸 먹는 맛의 조합은 이래저래 아귀가 딱딱 잘 들어 맞는다. 한식의 정서적 익숙함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이 두 음식은 통상적인 순대와 불고기보다 훨씬 맛있다. 각각의 가격대에서 두 음식이 어떤 입지인지 생각해보라. 전자는 당면만 들어간 공장 제품이고, 후자는 아예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불고기는 이제 고급 음식이지만, 그나마 간장 바탕의 양념은 텁텁하고, 대부분 지나치게 달다. 한편 멸치류 말린 생선의 감칠맛에만 기댄 잔치국수의 맛은 단조롭다. 열이면 열, 나는 잔치국수나 당면순대, 간장 범벅 불고기보다 이런 음식을 택할 것이다.

2015-10-24 12.30.13그래서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국뽕’을 걷어내고 찬찬히 따져보자. 과연 이런 음식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있을까. 늘어놓으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건 신맛과 매운맛의 보정이다. 크게 보면 강도, 혹은 뉘앙스의 문제겠지만 결국은 원천을 따져보아야 한다. 식초나 고춧가루 모두 너무 독하다. 전자의 경우, 한국의 나물과 그를 위한 장류의 배합에 어울리지 않는다. 나물류 전체를 관통하는 쌉쌀함이라면 차라리 레몬이 더 잘 어울린다. 신맛의 표정이 생생하지만 부드럽고 산뜻하다. 겉껍질(peel)에서 벗겨낼 수 있는 향의 정수는 나물의 향과도 잘 어울린다.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시고 달아 빠진 무생채를 먹으면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레몬즙을 쓴다면 과연 얼마나 산뜻해질 것인가. 비싸지만 국산 레몬도 있는 현실이다. 김치도 마찬가지. 한식의 설정이라면 신김치가 곰탕류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발효로 얻은 강한 신맛이 필요한지도 의문이지만, 김치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대량생산 맥락에서 원하는 지점의 신맛을 얻어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매운맛 또한 강도만 고집하지 말고 폭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말려 빻은 고춧가루는 최선이 아니다. 그만큼의 농축된 매운맛이 반드시 필요한가? 또한 고춧가루를 물에 불리는 김치 양념이나 다대기류는, 캡사이신이 지용성임을 감안하면 맛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는 비효율적 습관이다. 또한 매운맛을 한식의 특징처럼 여기는 것치고 고추의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다. 물론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품종이 존재는 한다. 하지만 일종의 레퍼런스 체계로 줄을 세워, 매운맛 이상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설정은 아니다. 이해가 잘 안 간다면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의 고추 식문화를 참고해보시라. 색과 모양, 맛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고추가 존재하고, 이를 말리는 등 가공하면 또한 이름이 달라지는 체계다. 고추의 핵심이 매운맛인 건 많지만, 그 외에도 딸려오는 것들은 많다. 한식의 매운맛이 그런 것들마저 감안하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말려 쓰는 목적으로 개발해서 그런지, 모두 껍질이 두껍고 빳빳하다. 잘 썰리지도 않지만, 단순히 썰거나 갈기만 해서 맛을 잘 뽑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붉은 고추의 껍질을 토치 등으로 그을려 벗긴 뒤 살만 먹어 보았는가? 현재의 한식에 여러 갈래로 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남의 나라 음식을 먹고 계속해서 한식의 팔자에 대해 고민한다. 결론은 한 가지다. 한식의 과제는 생생함의 회복이다. 아니, 활어회 같은 날것의 쓸데없이 지나친 생생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발효장류와 말린 가루-고춧가루 뿐만 아니라 온갖 “자연” 조미료라는 멸치, 버섯 가루 등등-의 농축된 텁텁함에서 벗어난 생생함이다. 좋은 건 적극적으로 택하고, 마늘처럼 쓸데없이 독한 건 다듬어 써서 만드는 생생함 말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독기만 남는 ‘만능 양념장’류의 인기 속에서 과연 그런 맛에 가치를 두는 세상이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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