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완성도, 입맛 타령

IMG_9135가뜩이나 기자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요즘, ‘시민기자’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체 얼마 만큼의 믿음을 담아야 할까.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음식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나 ‘기승전 엄마밥/집밥/유기농/자본주의-대량생산 나빠/한식 최고’의 틀에서 예외 없이 벗어나지 않는, “진보” 시민 언론의 시각에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게 대체 얼마나 보수적인지는 아는 걸까. 얼마전 트위터를 통해 읽게 된 기사도 마찬가지다. 워낙 중구난방이라 정확한 요점을 파악하기가 어려우나, 핵심은 ‘중국인이 한식을 맛없다고 말해서 화가 난다’고, 이유는 ‘외국인 입맛에 맞으라고 만든 것도 아닌데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저렇게 접근할 문제일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기사”에서 중국인이 문제로 삼은 음식은 단체 관광 코스에서 먹은 것이다. 완성도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다. 그걸 맛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화가 날 일일까. 어딘지도 모를 싸구려 관광지 음식에 한국인으로써 나의 자존심이 상할 지경으로 감정이입을 해야만 할까? 둘째, 한국-서울에 완성도를 지닌 음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그것도 모르겠다. 이 “서민” 음식의 굴레와 부동산의 멍에를 양 극단에서 쓴 음식이 맛이라는 걸 좇을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는 말이다. 어려운 일이다. 셋째, 완성도를 갖췄다고 해도 현재형의 한식이 맛있나? 경계가 모호할 수 있지만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방이동 벽제갈비 같은데서 갈비를 시켜 먹어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분명히 완성도는 높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다. 개념적인 과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형 한식은 분명히 맛이 없지만, 이러한 사실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바꾸면 되니까. 진짜 문제는 이것을 괜찮다고 여기고, 한식을 둘러싼 음식 전반의 문제 제기를 ‘다른 입맛의 문제’로 뭉뚱그리려고 하는 태도다. 맛에 대해 내릴 수 있는 모든 가치 판단을 감각기관의 문제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식이 겪는 문제는 절대 감각기관의 차원에서 따져보고 말거나, 다양성의 측면에서 ‘허허 너와 나의 생각이 다른 거니 너는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지’라고 소주 원샷하고 넘어갈 게 아니다. 이건 그냥 확실히 맛이 없다. 안타깝게도 객관적 맛없음의 영역에 한 자리 맡아두고 있다는 말이다. 그걸 인정하면 큰 일이 나나? 사안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정치를 비롯해 많은 측면에서 ‘한국성’에 좌절하는 것이 사회의 추세인데, 음식만 멀쩡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걸까? 사회가 고장 났다면 하루 세 끼 먹는 음식이 고장 났을 가능성도 높다. 음식도 의식의 산물 아닌가. 인정을 못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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