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동] 쇼콜라 DJ-단품과 코스의 경험 조직 차이

IMG_8467며칠 전에도 모 레스토랑의 저녁 코스를 먹으며 생각했다. 실행, 즉 조리가 좋으면 일단 즉각적으로 맛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헤치고 전체를 보기란 때로운 어려운 일이다. 단맛이 지배적인 디저트류를 코스로 먹게 될때는 문제가 한결 더 복잡해진다. 아무래도 단맛이 압도하면 맛의 시야가 금방 흐려진다. 분별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좀 더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IMG_8465내수동의 쇼콜라 디제이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일단 단품-파베나 봉봉부터 리큐르 아이스볼까지-을 각각 놓고 보면 딱히 불만족스러울 게 없다. 초콜릿의 향과 적절한 단맛, 각 리큐르의 균형이 각각 좋다. 질감도 훌륭하다. 핫초콜릿의 온도도 딱 맞는다. 하지만 이를 줄세워 코스로 먹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단맛도 물론이거니와, 쇼콜라 디제이의 정체성인 리큐르 때문에 금방 시야가 흐려진다. 좋지만 강약과 완급조절 필요하다.

IMG_8472그건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전체를 보고 부분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출발점은 단품과 코스의 차이 설정 및 조정이다. ‘코스=단품의 합’일 수도 있고 ‘단품+/-a’일 수도 있다.  단품의 구성원을 코스에 그대로 총출동 시킬 수도, 적절히 덜어내고 경험에 맞는 아이템을 새로 만들어 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단맛보다는 술의 영향이 강하므로, 난 이 경우 후자가 나은 선택이라 본다. 리큐르든 위스키든 럼이든, 발효 및 증류를 통해 향도 강하고 도수도 높다. 여기에 초콜릿의 개성까지 더하면 굉장히 빨리 피로가 찾아온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특히 페이스트리 전체로 영역을 조금만 확장한다면) 매장의 공간적 한계와 초콜릿의 울타리만 감안한다면 일단 술이 없는 초콜릿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효율적이라 본다. 이미 레몬 등의 신맛은 도입하고 있으니 짠맛도 적극 고려할 수 있다. 소금의 맛은 물론, 질감을 도입하는 전략이다.

IMG_8469두 번째는 질감의 조절이다. 좀 더 부드러운 요소가 필요하다. 특히 리큐르 아이스볼에 해당된다. 맛은 좋지만 정확하게 어떤 질감을 즐기라는 설정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조금씩 녹으면서 글라사쥬 개념으로 끼얹은 리큐르와 섞이는 맛을 즐기라는 의도 같은데 그러기엔 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드러움이 아쉽다. 게다가 앞이나 뒤로 등장하는 봉봉도 감안해야 한다. 터뜨려 술을 맛보면 봉봉의 초콜릿 껍데기는 다소 딱딱하게 씹힌다. 여기에 좀 더 부드러운 경험을 엮어주는 것이 그야말로 부드러운 진행이라 생각한다. 그럼 결국 삿포로 밀크무라의 아이스크림+리큐르와 비슷한 콘셉트가 될텐데, 이를 위해 설비를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지, 또한 공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cdj다음은 공간의 상황을 반영한 주문 및 안내 시스템이다. 작은 1인 업장에서 단품과 코스, 포장 주문을 동시에 진행하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말로 들어 바로 전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라인업이 조금 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잘 어울릴 크리스마스와 초콜릿의 날인 발렌타인데이에 방문이 몰릴 경우 대처가 안 될 것 같아 보였다. 아무래도 해결책은 인포그래픽이다. 현재는 코스가 단품의 집합이므로, 이 둘을 엮어 흐름 및 제품 소개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다. 그래봐야 핵심은 각각의 초콜릿과 리큐르를 조합을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 정보로 정리하는 것 뿐이다. 워크룸의 디자이너가 BI를 맡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 이 정도는 전문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일단 단품의 완성도를 확보했으니, 디테일의 조정만으로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2 Comments

  • renaine says:

    초콜릿+리큐르를 파는 곳인가봐요. 교토에도 꽤 괜찮은 쇼콜라티에가 하나 있는데 위스키나 일본주부터 시작해서 칼바도스까지… 와인은 안 넣으시냐 물어봤더니 도수가 낮은 술은 오히려 어울리기가 힘들다더라고요.
    샴페인 트러플은 꽤 대중적이고 저도 좋아하는데 생각해 보니 와인 초콜릿은 못 본 것 같아요. 많이 다른 걸까요. 탄닌 같은 거 생각하면 오히려 레드와인이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 PLC says:

    솔티 카라멜은 얼마 전부터 메뉴에 들어갔다고 알고 있으니 ‘짠맛’ 도 고려는 하는 것 같더라고요. 리큐르가 메인이다 보니 향도 강한 편이고, 테이스팅을 먹다 보면 말씀하신 대로 완급이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퀄리티나 시도 면에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곳이라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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