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우래옥-불고기와 맛내기의 방법론, 면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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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의 막바지, 대치동 우래옥에 들렀다. 본점에 갈 계획이었으나 문을 안 열어 우회했다. 음식을 먹기 전까지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안 간지 오래이기는 하지만, 이쪽의 음식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결과는 나빴다. 조미료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맛이 덜 날카롭다는 인상을 항상 품고 있었는데 이번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거의 모든 음식에서 생 마늘맛이 굉장히 강하게 났고, 간도 좀 짠 편이었다. 물론 나도 안다. 한식에서 마늘맛을 말하는 건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마늘 안 쓰는 한국 음식이 없으니까. 게다가 내 기준을 감안하면 음식이 짜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요즘 한식은 소금으로 간을 안 맞춰 문제니까. 하여간 기억하던 구간에서 모두 조금씩 다르게 꽤 엇나간 음식이어서 신기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래옥에서 냉면 이상의 식사를 하려면 돈이 꽤 든다. 두 사람이 가면 불고기 2인분에 면 사리 추가, 냉면 한 그릇이 하한선. 술을 안 시켜도 7만원 이상이 든다. 그런데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양은 아예 제쳐놓고 생각할 수 있다. 맛이 문제다. 한식의 끝은 언제나 자욱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익히지 않은 오신채와 조미료의 맛이 피어 오른다. 왜 고급 식사의 여운이 한참 동안의 갈증과 불편함이어야 할까. 싸든 비싸든, 한식의 뒷맛이 깔끔한 적은 거의 없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식 맛의 정체성 전체를 도마에 올려 놓아야 하는 문제라 간단치 않지만, 결론은 역시 맛을 내는 방법론의 편협함 쪽으로 기운다. 실체도 없는 ‘담백함’이 최고의 가치인양 통하는 현실이라 마치 자극이 나쁜 것이고, 한식은 자극 없는 음식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맛은 결국 자극이다. 설사 100% 영양 섭취를 위해 먹더라도 자극 없이는 먹을 수 없다. 또한 한식도 충분히 자극적이다. 다만 이 자극의 원천이 문제의 핵심이다.

나는 발효 장류의 유효성을 의심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발효 장류를 향한 믿음을 불신하는 것이다. 제조 과정 자체가 발효라 이미 완성된 맛을 낸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모든 자극을 장류를 통해 얻으려 한다. 한마디로 장을 너무 많이, 그것도 불의 힘을 빌지 않은 채로 쓰는 게 한식의 일반적인 문법으로 통한다. 이런 장류에 맛을 불어 넣는데 마이야르 반응이 개입하는 걸  감안한다면, 왜 불고기는 되면서 겉을 지져 재료 자체의 맛을 끌어내는 스테이크는 안되는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여러 가지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드는 것보다, 그냥 좋은 고기에 소금만 뿌려서 잘 굽는 게 훨씬 편하고, 모두들 좋아하는 재료 본연의 맛에 더 가깝지 않을까. 현재 통하는 멘탈리티를 감안하면 스테이크가 정답 같은데 한국의 대표 음식은 불고기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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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맛도 맛이지만, 우래옥에 품는 가장 큰 불만은 격식이 전혀 없는 ‘반 나누기’다. 고기를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시킬 경우, 나눠 달라고 하면 격식을 스스로 망가뜨린다. 한 젓가락 먹다 만 형국이다. 먹다 말고 찍은 사진이 아니다. 그냥 이렇게 나온다. 삶은 면을 차게 식혀 돌돌 말아 낼 때의 응집력과 면을 풀며 그걸 맛보는 즐거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그래도 대치점에서는 주방에서 나눠 가지고 나온다. 본점에서는 그냥 손님 앞, 창가의 ‘스테이션’에 서서 면 옮기고 좍좍 국물 붓는다. 면의 양이 적어서 다루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래도 평양냉면은 기본적으로 200g은 내지 않는가.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한국 최고의 냉면 전문점이 이렇게 음식을 내는 건 확실히 안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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