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스위트럭의 폐업과 묵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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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서래마을을 드나들기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좀 넘었는데, 이 스위트럭이 문을 닫은줄은 모르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건 지지난주 토요일. 얼마나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의 문구가 말해주듯, 이 업소는 작년 여름 벌집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한창 인기를 몰 때 열었다가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로 타격을 입었다. 작년에 쓴 의 아이스크림이 여기에서 먹은 것이다. 한창 이 문제로 떠들석할때 기고를 위한 글을 쓰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가 반려된 것이 생각나서 꺼내본다. 파일 번호가 6번까지 있는 걸 보면 여섯 번 고쳐쓴 모양인데 단일 시도로는 가장 많았던 듯. 어떻게도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다시 쓰는 것보다는 이게 낫다는 생각에 올린다. 이 글을 묻고 요점만 정리해서 올린 글이 이것인 듯. 자영업체의 실패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여기에 더 보탤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하지 않겠다. 다만 이영돈/황교익 등 ‘러다이트’ 들의 시각과 입지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 현대-문명인의 과제.

 

 

여름이 돌아왔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생각이 절로 난다. 만드는 원리마저 흡열, 즉 평형을 이루기 위해 한 물질이 다른 물질의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반응이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체온을 내리기 위해 몸에 알코올을 바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화하며 열을 빼앗아 간다. 아이스크림도 냉각으로 원액의 온도를 낮춰주는 한편 휘저어 공기를 불어넣어 만든다. 그래서 차가우면서 부드럽다. 액체 질소 즉석 아이스크림도 등장했다. 라면 건더기 스프의 제조 원리인 동결 건조에도 한 몫 하는 액체 질소의 온도는 대기압에서 -196℃, 공기 접촉과 동시에 기화하며 온도를 낮춰준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우연의 산물이다. 미국의 톰 카벨(Tom Carvel)이 1934년, 타이어 펑크로 주저앉은 트럭의 녹는 아이스크림을 판 것이 시초라고 한다. 온도나 공기의 비율이 여느 아이스크림보다 높아 더 부드러운데, 요즘 제 2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주춤하고 있다. 다 고명인 벌집 때문이다.쟁점은 일견 파라핀 같다. 석유에서 추출한 물질이 섞였으니 안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파라핀은 식품과 가까운 물질이다. 식품 등급도 따로 있어 치즈의 포장이나 우유팩 방수 처리에 쓴다. 먹으면 소화되지 않고 바로 배출된다.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독성정보는 ‘많은 양이 섭취되면 장 폐색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만 밝히고 있다. 또한 양봉에는 원래 파라핀의 자리가 있다. 벌통의 살균과 보존에 쓰는데, 뉴질랜드에서는 파라핀 처리를 한 벌통의 꿀도 유기농 인증을 받는다.

따라서 파라핀 검출의 경로를 따져보아야 한다. 양봉 기자재를 생산하는 조선밀봉기료원의 관계자는 두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파라핀은 채밀, 즉 꿀만 거두는 벌집의 기초인 소초의 원료다. 채밀용 벌집의 밀랍으로 벌집까지 먹는 꿀의 소초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량이 섞일 가능성이 첫 번째다. 금도 순도 100%가 없듯, 밀납 소초도 순도를 98%까지 보장할 수 있다고 하니 문제가 없다. 두 번째는 의도적 과실이다. 폭발적인 인기로 물량이 달려 월동용 먹이 생산을 위한 벌집까지 납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파라핀 파동’의 진짜 문제로, 책임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다. 아이스크림은 건강 음식이 아닌데 벌집과 함께 그런 인식을 얹어 생산과 소비가 늘었다. 덕분에 과포화상태인 치킨집이나 카페의 대안으로 시장 진입도 늘었고, 젊은 세대가 안 먹어 없던 꿀의 수요가 폭증했다. 이 틈새를 노려 누군가 원칙을 어기고 채밀용 벌집을 납품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천연재료를 향한 고집도 짚어봐야 한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는 지났다. 맛과 영양, 생산성의 3요소가 만나는 최적의 좌표를 찾아 오랜 세월 개량한 품종을 재배와 사육을 통해 식재료로 삼는다. 특화된 탓에 자연으로 돌아가도 살 수 없으니, 이를 모사한 환경에서 인간의 보호 아래 살아야 한다. 벌집과 꿀도 양봉(養蜂)의 산물이니 마찬가지다. 밀랍이든 파라핀이든 소초로 생산성을 늘리고, 설탕물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천연이라 규정하는 게 무리고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불신의 시대다. 믿을 게 없다고들 말한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입버릇처럼 먹을 게 없다고들 말한다. 폭로를 담은 책도 잘 팔린다. 하지만 전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식재료는 복잡한 세상에서 과학과 기술, 정치가 경제가 미묘하게 얽혀 생산된다. 그 복잡미묘함의 존재와 사정을 인정 및 이해하는 게 신뢰 회복은 물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소비자의 의무다.

1 Comment

  • advil says:

    포스팅을 보다 생각났는데, 저 꿀 비즈왁스부분을 부드럽게 먹는게 잘 먹는방법인가요? 저는 처음먹을때 알려주신분이 계속 이거를 씹으면서 먹으면 치아에 좋고 맛을 잘 느끼는 방법이라고 해서요. 그떄 같이 먹었던게 치즈와 모과페이스트,꿀 비즈왁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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