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을 빙자한 착취-잡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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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고 한참을 미뤘다. 쓸 글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것에 구태여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비슷한 일을 거듭 겪으면서, 정리 및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로 잡지에서 의뢰하는, 추천을 빙자한 착취 이야기다. 패턴이 있다. ‘OO라는 주제로 기획하니 그에 맞는 레스토랑/바를 추천해달라. 각각에 코멘트를 붙이는데, 자세하면 더 좋다’와 같은 식이다. 그리고 선심이라도 쓰듯 ‘사진은 우리가 찍겠다’라고 덧붙인다. 심지어 ‘레스토랑 리뷰’ 같은 기획을 하겠다며 추천과 함께 코멘트를 달라는 요청도 최근 받아보았다. 그리고 이 모든 주제와 기획과 요구의 설명 가운데 돈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없다.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컨텐츠 만들기가 무척 교묘하다고 여긴다.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컨텐츠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샘플링-의사결정 과정을 공짜로 외주 맡긴다. 조금 과격한 표현을 쓰자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자기들이 먹는 식이다. 그리고는 실제로 글을 쓰거나 하지 않으므로 원고료는 책정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안된다. 응한다고 가정할때 ‘샘플링’에 들어가는 비용을 차치하더라도 의사결정 및 그 통보-전화든 메일이든-에 쓰는 시간은 노동이므로, 보상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려는 없다.

심지어 한 술 더 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대한 자세한 코멘트’를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고료가 책정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 ‘코멘트’라는 것이야말로 사실은 원고며 빼도박도 못하는 직접 노동이다. 이쯤 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고 엄연한 착취다. 심지어 최근엔 프리랜서 에디터가 연락을 해서는 추천을 요구해서 ‘프리랜서가 프리랜서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사는지 모르냐’고 묻기도 했다. ‘자신은 그저 편집장에게 받은 일을 할 뿐’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상황이 어렵다고? 좋다.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어렵지 않은 사람 하나 없다. 내가 그러한 요구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다들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도 원칙 지켜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매체와 편집자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러한 일도 그 자체 만큼이나 관계가 중요할텐데, 그런 노력도 전혀 없이 딱 빼먹기 좋은 답만 달라면 누가 반기겠는가. 물론, 누군가는 그러한 요청을 기회 삼아 매체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싶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끼리 합심해 컨텐츠 만들면 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잡지를 무시하느냐고? 절대 아니다. 나는 잡지를 사랑한다. 잡지 자체의 ‘잡’스러움을 좋아하고, 그 잡스러움을 응축시켜 주, 달, 분기 등 정한 시간의 경계마다 꼭 떨어지는 완성품을 책을 내는 그 자체를 사랑한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다면 좋은 컨텐츠로 보탬이 되고 싶다. 또한 오랫동안 구독하는 잡지도 몇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노동의 대가는 치러져야만 한다. 오르지 않는 원고료의 현실에서 그것은 이미 삶과 생계에 대한 의미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상호 존중 때문에라도 대가는 꼭 받아야 한다. 이 일을 오래하지 않았지만 여태껏 공짜로 일한적 없고, 앞으로도 안 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입장을 정리해 올린다. 누군가는 이 창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건 요청을 받고 거절하는 것도 싫고,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 상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모든 일에는 맞는 짝이 있다. 나는 그런 종류의 컨텐츠 만들기에 좋은 짝이 아니니, 앞으로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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