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 먹을 수 있게 삶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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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만들기 자체에 대한 글은 웬만하면 올리지 않으려 한다. 좋은 블로그도 많이 있고, 유튜브만 검색해도 사람들이 앞다투어 올리는 정보를 참고할 수 있다. 어차피 내가 글을 써봐야 다른 레시피를 참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어딘가에서 닭가슴살을 30분씩 삶는 포스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렇게 삶아도 먹을 수는 있다. 거의 가루가 될테니 오히려 씹지 않고 편하게 먹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만큼 먹기 괴로울 확률도 높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삶을 이유가 없다.

물론 어떻게 익혀도 닭가슴살은 닭가슴살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먹더라도 맛을 제 일 덕목으로 삼지는 못한다. 그보다 맛있는 고기가 얼마든지 있고, 심지어 같은 닭의 부위 가운데서도 맛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껍질까지 벗겨버린 채로 팔면 정말 희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삶아볼 필요는 있다. 한층, 심지어는 두 세층 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닭가슴살이라는 재료에,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보람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레시피 이야기를 해보자. 원전이 있다. 아메리카스 테스트치킨의 레시피다. 이를 따라 삶는 건 꽤 많은 노력을 요한다. 나열해보자.

1. 180~230g의 닭가슴살 네 쪽 기준이다.

2. 일단 닭가슴살에 랩을 씌워 고기 망치로 가장 두꺼운 부분을 두들겨 편다. 목표 두께는 2cm다.

3. 이를 4리터 물에 간장 반 컵, 소금 50g과 설탕 60g, 마늘 6쪽을 더해 만든 염지액에 30분 담가둔다. 이때 찜 바구니를 닭가슴살을 올린 채로 담근다.

4. 중불에 올려 끓인다. 염지액의 온도가 섭씨 약 80도에 이르면 끄고, 물의 온도가 75도까지 내려가도록 20분 가량 둔다.

5. 닭가슴살을 접시에 옮겨 5분 정도 두었다가 결 반대 방향으로 썰어 먹는다.

엄청나게 귀찮지는 않다. 그러나 닭가슴살을 위해서는 다소 귀찮을 수 있다. 그래서 몇 번 따라해본 뒤 과정을 대폭 줄였다. 닭가슴살을 두들겨 두께를 맞추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파는 건 아주 크지 않아 굳이 하지 않아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 또한 물을 4L씩 쓴다거나, 찜바구니에 닭가슴살을 모시지도 않는다. 대신 원리만은 그대로 적용한다. 맛은 없지만 천하에 연약한 재료가 닭가슴살이므로, 물을 굳이 팔팔 끓여 익힐 필요가 없다. 또한 물을 계속 가열할 필요도 없다. 적정 온도까지 올린 다음 끄면, 물이 식으면서 익는다. 말하자면 진공포장을 하지 않고 가스불 위에서 저온조리를 하는 셈이다.

사실은 한참을 고민했다. 대부분의 경우 온도계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없이도 적당히 익힐 수 있는 레시피를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그게 너무도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온도계 없이도 먹을 수 있게 삶는 방법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핵심이라면 온도만은 온도계에 의존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온도계가 비싼가? 그렇지도 않다. 10,000원 대에서도 살 수 있다. 온도가 아주 정확하지 않고, 사실 그보다는 최종 온도를 찍어주는 시간이 긴 게 단점이지만 가격 감안하면 없는 것보다 낫다. 또한 하나 들여 놓으면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적어도 고기와 커피 물 온도 만큼은 언제나 오차 적게 맞출 수 있다. 그것만 할 수 있어도 꽤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래서 요령은 위의 원래 레시피와 거의 똑같다. 대신 물을 4L씩 쓰지 않고, 닭가슴살이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만 붓는다. 4L 냄비에 닭가슴살을 넣은 채로 2L 정도 차는 양이다. 이를 중불보다 조금 약한 불에 올린다. 요즘은 목표 온도를 75도로 맞춘다. 다시 한 번, 온도계로 재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눈대중 할 수는 있다. 끓어 올라오지는 않지만 김을 올리는 가운데 닭가슴살의 겉이 이미 불투명하게 익은 것처럼 보이면 얼추 맞은 것이다. 불에서 내린 뒤, 닭가슴살의 내부 온도가 65도까지 오르도록 둔다. 대략 20분 정도 걸린다. 이 온도는 미국 식약청에서 지정하는 안전 온도인 73도보다 훨씬 낮다. 대개 ‘위험을 감수하시오’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낮은 60도로 익혀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후의 요령은 같다. 한편 염지는 간장이 가장 효율 좋지만 없을 경우 멸치/까나리 액젓도 그럭저럭 먹을 수 있게는 해준다. 소금까지만 써도 좋지만 설탕 약간이 입체감을 불어 넣어 준다. 양에는 굳이 구애받지 않아도 될듯.

이렇게 삶은 닭가슴살은 냉장고에 하루이틀 정도 두고 먹을 수 있다. 물론 더 두어도 어떻게든 먹을 수는 있지만, 먹을 수만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만일 하루 한 끼를 닭가슴살로 대체할 생각이라면 4~500g 들이 한 팩을 이틀에 한 번 꼴로 먹는다고 계획 세우면 얼추 들어 맞는다. 뻣뻣하지 않게 삶는다면, 닭가슴살은 최선은 아닐지라도 의외로 여러 경우에 꼽사리 끼워 먹을 수 있다. 여름엔 주로 콩국수나 비빔국수의 고명으로 먹었다. 샐러드를 만들 거라면 결 반대 방향으로 썰거나 다져서, 올리브 다진 것과 섞으면 그럭저럭 먹을 수 있다. 물론, 하루에 한 끼 이상 먹으면, 개인차는 분명히 있을 테지만 어느 시점에서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또한 한 끼로 제한하더라도 한 6개월 쯤 먹으면 어느 시점에서 분명히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다. 그것은 굳이 닭가슴살 때문은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 닭가슴살을 먹어야만 하는 나의 신세 때문일 수도 있다.

 

1 Comment

  • Lua says:

    전 수비드 기계를 사서 닭가슴살의 신세계를 접하고 나선 닭가슴살은 무조건 수비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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