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링클 치킨과 가루로 맛내기의 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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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 웹진 아이즈에서 장안의 화제(?!)라는 후르츠 치킨에 대한 기사를 낼 때 의견을 보탰다. 가루로 맛을 내는 건 프랜차이즈에서 완성 제품에 최대한 쉽게 다양성을 불어 넣기 위해서 취하는 전략이므로, 진짜 맛을 내기에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요지였다. 그리고 지난 주, 전지현이 모델인 BHC의 뿌링클 치킨을 우연찮게 먹게 되었다. 나의 치킨 포트폴리오(?!)는 주로 교촌인데, 역시 너무 잘게 쪼개 막 튀기는 게 지겨워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브랜드를 선택한 것. 가장 평범한 걸 먹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루를 뿌려 맛을 낸 것이 기본인 줄 알고 그냥 사왔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치킨에 프링글스 가루를 뿌려 맛을 더한 느낌이랄까. 교촌보다 닭이 10%쯤 큰 것 같았는데 이 또한 엄연히 말하면 과조리, 즉 너무 튀긴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루로 맛을 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맛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법/단계 가운데 맨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치킨-닭에 맛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단계는 크게 보아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주재료, 즉 닭에 맛을 불어 넣는 것이다. 한참 문제라고 떠들어댄 염지가 사실은 가장 효율적이다. 간은 기본이고 맛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분도 보충해 과조리를 막아주기 때문. 특히 1.2kg를 넘지 않는 한국의 닭에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한편 두 번째는 옷이다. 대개 가루에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드는데, 이 단계에서 소금은 물론,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로 맛을 더한다. 사실은 가루로 맛을 더한다면 바로 이 단계가 가장 적합하다. 잘 섞이고 자연스러운 분배가 가능하기 때문. 기본적인 가루 형태로도 효율이 좋고, 대부분이 지용성인 향신료류라면 기름에 볶아 맛을 완전히 끌어낸 상태에서 반죽에 섞여도 잘 섞인다. 이렇게 맛을 내는 방법 또한 치킨에 많이 쓰인다. 기억하기로 홍대 인근 레게치킨의 커리치킨이 여기에 속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소스/딥 류의 간접적 맛내기다. 즉 이미 맛이 완성된 음식에 덧붙이는 것.

그렇다면 후르츠 치킨도 그렇고, 왜 소스도 딥도 아닌 가루를 그것도 맨 마지막 단계에 쓰는 치킨이 등장한 걸까?  이것은 프랜차이즈의 효율성 확보 전략이다. 한 마디로 최소 재료와 인력을 가지고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뽑아내기 위한 시도라는 것.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루-향신료를 반죽 단계에서 쓴다면 다른 치킨 주문마다 과정을 한 단계 덧붙여야 하는데(이를테면 반죽을 소량 덜어내거나 제품 가짓수만큼 나눠 각각 맛을 더하는), 이런 설정이라면 똑같은 치킨을 튀겨 마지막에 가루만 뿌려주면 되니 훨씬 효율적이다. 실제로 교촌 등의 양념 치킨도 결국엔 튀겨 놓고 마지막에 소스를 표면에 발라 맛을 더하는 방식이라 비슷해보이지만, 뜯어보면 이편이 그보다도 더 효율 좋다. 가루는 양념보다 덜 정확해도 되니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고, 액상인 소스나 딥에 비해 관리도 훨씬 편하기 때문.

하지만 얻는 게 있다면 당연히 잃는 것도 있다. 효율을 주고 맛을 잃는다. 아니, 완전히 맛을 잃는다기보다 보상을 위해 가루를 과잉으로 쓰는 상황에 처한다. 정확하게 향신료만 갈아서 만든 가루는 아니지만 어쨌든 반죽에 섞으면 적은 양으로도 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죽을 통해 전체에 분포된 다음, 튀길때 열에 의해 맛을 완전히 끌어낼 수 있기 때문. 마이야르 반응과 시너지? 그 또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에 문자 그대로 ‘첨가’한다면 그 존재를 코는 물론 눈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많아야 한다. 노동력 등의 효율만 놓고 본다면 기업-대량생산의 측면에선 이게 맞겠다. 하지만 집에서 치킨을 튀기는데 비슷한 효과를 내고 싶다면 굳이 이런 전략을 쓸 필요가 없다. 맛도 맛이지만 가루가 풀풀 날리는 음식은 악명의 설빙 콩가루 빙수에서도 보았듯 먹기에 불편하다. 빙수가 녹으면 콩가루가 곤죽이 되듯, 튀김도 표면의 수분/기름기 때문에 가루가 곧 엉기고 더께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압도하는 간접 맛내기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식은 요리사라는 존재가 맛을 완성하는 음식이 드물다. 불고기 등 양념 위주의 음식은 확실히 그렇지만, 그 또한 같은 양념을 다른 재료/조리에 적용한다는 획일성이 있고, 또한 뜯어보면 특히 간 맞추기의 측면에서 여전히 간접 맛내기다. 한편 고기를 삶아 그것 자체 또는 국물을 먹는 음식은 아예 간을 하지 않고 식탁에서 맞춰 먹는다. 거기에 이런 음식이 효율성에 입각해 계속해서 가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음식을 만들거나 맛보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한 가루를 이렇게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쓴다는 측면에서는, 시각적으로 구성해 대부분 비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맛이라는 것 또한 시각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이 보인다. 특히 향신료를 써서 내는 후각적 효과는 결국 보일래야 보일 수 없는 것이라 그런지 시도가 별로 없다.

한편, 이런 가루 쓰기를 뒤집어 생각하면 한편 내 맛내기의 효율을 높이는 요령을 얻을 수 있다. 마늘, 생강 등 향신료를 써야 하는 조리에서 생재료 아닌 가루를 씀으로써 원하는 맛을 얻는 동시에 조리의 불편함은 덜어낼 수 있다. 향은 얻고 싶은데 쉽게 타거나 불필요한 수분이 딸려오는 걸 막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튀김의 맛내기가 그렇고(튀김 및 부침가루에 쓴다), 미국식 바비큐의 마른 양념(dry rub)에도 대부분 가루를 쓴다. 고추를 말려 낸 가루가 맛내기의 붙박이라는 걸 감안하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다. 다만, 식품매장을 둘러보면 알갱이 굵은 과립제품이 눈에 띄는데 그보다는 완전히 고운 가루 상태인 게 쓸모 있다. 마늘, 생강, 양파 가루는 한 병씩 갖춰둘만 하다.

*취향은 아니지만 ‘뿌링클’이라는 이름은 참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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