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기관 직화구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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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아주 깔끔하게 차려 놓은 양-곱창구이집이 있어 가보았다. 특양, 대창, 막창이 각각 150g씩인 모듬구이를 주문했다. 숯불을 깔고 석쇠를 올린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만 촘촘하다. 결국 동네 식당인데 디테일에 꽤 신경을 쓴다. 대창 같은 경우도 칼집을 촘촘하게 곱게 넣는다. 양념은 백종원 프랜차이즈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꽤 세련된 단맛 바탕이다. 고추는 입자 크기로 보건대 말린 것 같지 않다.

이 모든 제스처가 과연 그만큼의 의미를 맛에 더할까. 내장기관도 계속 움직인다.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는 맛이 진한 대신 분해가 어렵다고 하는데, 초식동물의 위라면 그보다 더 꾸준히 운동하는 부위다. 이런 부위를 직화, 즉 복사열에 노출시키면 날 것인 상태는 벗어나지만 먹기 편한 상태로 분해되지는 않는다. 결국 으적으적 씹어 먹어야 하는데, 나는 이 질감이 싫다. 정확하게 쫄깃하다고 규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입에서조차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적당히 씹다가 결국은 삼켜버린다. 그나마 이곳의 재료는 굉장히 좋아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뿐더러 씹는게 최악으로 고통스럽지는 않다. 예전 동네에서 종종 가던 곱창집에선 이사 직전 특양을 시켜보았는데,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했다. 한편 곱창이라면 원통형이므로 고르게 굽는 것조차 쉽지 않다. 과연 이런 재료에게 직화구이가 현장감 외에 어떤 장점을 불어넣는 것일까.

양념도 도움이 안된다. 아니, 아마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일단 우리가 믿는 것만큼 재료에 잘 스며들지도 않는다. 양념의 농도와 재료의 조직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치밀한 점막으로 둘러싸인 내장기관에 과연 양념이 침투할까. 그 가능성을 정확히 인식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재움 양념과 똑같은 양념을 따로 또 낸다. 찍으면 단맛에 또 단맛을 보태는 셈. 한편 그 단맛 덕분에 양념은 직화에 노출시키면 금방 탄다. 좋게 말하면 캐러멜화가 일어나는 건데, 그 단계를 아주 빠르게 스치고 지나칠 수 있다.

함께 올린 생마늘을 보고 있노라면, 한식은 굉장히 훌륭한 구이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강약조절이 기본적으로 어렵고 완전히 노출된 직화에서는 올려놓는 재료를 최선으로 조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건 생고기라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면 분해가 어느 정도 될 만큼 익힌 뒤 직화에서 불맛만 얻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날것의 재료를 눈으로 확인하며 구워 먹는 것이 그 현장감의 큰 비율을 차지하므로 그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여간 직화에는 분명 직화의 매력이 있는데 어째 그걸 피해가며 누리고 있다는 생각. 장점이 있는 문화인데 보완이 필요하다.

3 Comments

  • 아르미군 says:

    요즘은 안에서 초벌을 해 오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문제는 그 초벌도 어차피 통제된 상태에서 제대로 구운 게 아니라 똑같은 방식인데 ‘미리’ 구워왔다는 차이밖에 없다는 게…

  • 민기 says:

    문제의식은 항상 좋으시네요. 그런데 근사하진 않더라도 약간이나마 해결책이라든지 좋은방법을 제시해주시면 더 좋을 듯 한데요. 이런식이라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밖에는 보이지가 않네요.

    • 나그네 says:

      “차라리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면 분해가 어느 정도 될 만큼 익힌 뒤 직화에서 불맛만 얻는 것도 방법이다. ” 라고 적혀있네요
      글을 좀 차분히 읽으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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