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착취에 가까운 고료 책정-어떤 음식 전문 잡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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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주전, 정확하게는 5월 13일 한 음식 전문 잡지의 에디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와는 재작년 ‘외식의 품격’이 나왔을 당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 안면이 있었다. 특집기사를 진행하는데 원고를 써 줄 수 있느냐는 것. 한 번도 써 본 적 없고, 언제나 청탁 자체는 기쁘기에 흔쾌히 응했다. 다만 당연한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언급이 없던 고료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전반적으로 하한선이라는 것은 존재하므로, 나는 습관적이고 또 형식적인 절차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위와 같은 답이 왔다. 어처구니 없다 못해 서글픈 고료다. 일단  A4지 지로 기준을 잡는 것부터 모호하다. 쓰지는 않지만 한국엔 200자 원고지라는 형식 및 기준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 하지만 환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소 10장, 최대 15장인데 99% 최대값으로 수렴한다. 즉 거의 15장에 가깝고 최소 12-13장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 장에 3,300-5,000원선인 고료다. 절대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분명 바닥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 일을 6년 해오면서 받은 최저에 잘해봐야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더욱더 서글펐던 건, 요즘은 아무도 저렇게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처음부터 최저 조건으로 청탁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말.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미리,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아도 저건 절대 이해는 물론, 제시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단 거절했다. 그럼 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보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계속 생각이 났다. 이건 어떻게 보아도 절대 웬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글 써서 밥 벌어 먹고 살기 시작한 다음 어느 누구도 저렇게 말이 안되며 최저와 격차가 큰 조건으로 청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거절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철학이 궁금했다. 에디터에서 결정권이 있을 가능성은 적으니 그보다는 윗선에서 책정하는 것일텐데, 누가 어떻게 저런 조건으로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또한 나는 나면서도 보이지 않는 단체의 일원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느 누구도, 이 일을 진지하게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저런 돈에 응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저게 제시 가능한 금액이라 믿는다면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태껏 이렇게 저렇게 불합리한 일을 겪어왔지만, 이건 그 종류가 너무 달랐다.  그렇다, 이건 한없이 착취에 가깝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절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물어봐야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잡지는 편집진의 이메일을 공개하므로, 책을 통해 찾은 메일 주소로 편집장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편집장님. 음식평론가 이용재입니다. 재작년 ‘외식의 품격’을 냈을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청탁받은 고료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 메일 드립니다. 주소는 책에서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2주전,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OOO 에디터로부터 원고 청탁 건으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XXX 특집을 진행한다고요. 예전에 외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OOO 매거진을 위해 기고한 적은 있습니다만 본지는 처음인지라 고료를 물어보니, A4지 한 장 반 기준으로 5만원을 이야기하더군요. 기준이 다소 애매합니다만, 원고지로 환산한다면 A4지 한 장 반은 최소 10장에서 최대 15장까지 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따라서 장당 3,300원에서 5,000원 밖에 되지 않는 액수죠. 제가 이 일을 한지 5-6년 정도 되었습니다만, 여태껏 원고지 한 장 기준으로 O원 이하로는 받아본 경우가 없고 그 또한 언제나 적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금액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그 이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프리랜서이므로 돈이든 주제든 기한이든, 조건이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만, 이 정도 원고료라면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서 너무나도 의미가 없는 금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에디터가 직접 책정을 하지는 않았을테니, 권한을 가지고 계실 편집장님께직접 여쭤봐야겠노라고 생각했습니다. 장당 3-5,000원대의 고료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시는지요.누군가는 분명 일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래서 이러한 고료 책정이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제가 여태껏 받았던 고료 가운데 유일하게 O 원이하였던 경우가 모 대학의 학보 청탁이었고요, 그것도 업계 최저라는 O 원에서 1,000원 빠진 X원이었습니다. 천 원이 빠지더라도 기준에는 맞지 않으므로 원래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만, 그나마 학생들이 청탁했으므로 유일한 예외로 쳐 응했습니다. 이렇게 이익집단이 아닌 학보사에서도 기성세대의 고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는 현실에서, 분명히 사업수단일 유가지가 터무니 없이 낮은 원고료를 책정해 청탁을 하는 상황을 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편집장님의 의견을 여쭙니다. 감사합니다.

이용재 드림

5월 26일에 메일을 보내고 근 2주 뒤인 6월 8일, 다음과 같은 답메일을 받았다. 오해가 없기 위해 역시 전문을 올린다.

안녕하세요,

OOOO XXX입니다.

먼저, 귀한 시간 내셔서 좋은 의견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회신이 이토록 늦어진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주신 메일을 보고, 관련 일을 진행한 담당자와 전후 내역도 확인하고 조금 차분히 메일을 드리고 싶었는데, 

지난  마감 이후 7월호 기획과 출장, 프로젝트 마감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 이제야 회신 드림을 양해 말씀 드립니다.

무엇보다,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본지와 업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시간과 용기를 내심에 감사드립니다.

담당 기자가 해당 외고를 청탁드릴 시점에, 사실 제가 OOO 셰프 취재, 연이어 OOOO 행사 취재에  있어서 사실상 당시는 알지 못했습니다.

현재 OOOO의 외고 청탁은, 해당 분량일 경우 10만원이 기준선입니다.

메일을 받고 확인해보니 전체 특집 예산이 있었는데  예산이 초과된 상태여서

 출장 동안 상황을 맡았던 선임자가 이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요청을 드린  합니다.

발행한지 XX년이 넘어가는 OOOO은, 미식에 취향과 관심이 있는 많은 실력가 분들의 사랑과 애정으로 이만큼 성장해왔습니다. 대기업 기반이 아닌 독립 매체사로서, 광고에 의존하는 지면을 대폭 줄이고 ‘패션’ ‘뷰티’를 과감히 삭제한  당시 광고시장이 빈약하기 그지 없던 ‘푸드’ ‘외식’ 컨텐츠를 부티크 문화로 끄집어 올리기란 쉬운 여정이 아니었습니다만,  이면에는 낮은 외고료나 무료 청탁에도 기꺼이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움만 받을 수는 없죠. 점차적으로, 외고료도 올라갔고 현재 10만원 기준 선이지만,많지 않은 금액이 부끄러워, 품질 좋은 와인 컬렉터이기도  저희는 때론 와인 선물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전문 기고가분 이외 업계전문가분일 경우는, 아직도 무료 기고를 아낌없이 주시기도 합니다.

조금  사려가 깊었어야 했는데 선임자가 담당자로서 주어진 예산을 맞추려는 책임의식에서 그러한 것이니 널리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행은 10원을 빌려도 이자를 내야 하는 세계이지만, 컨텐츠라는 것이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마냥 손해도 많이 보는 편입니다만.

외국에서 자본으로 불쑥 들여온 로열티 매거진이나  따라 베껴 만드는 영혼 없는 매거진이 아닌,

우리의 독창적인 매거진이 이렇게 훌륭하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편에서, 꾸준히 좋은  쓰고 계시는 모습에 응원드립니다.

저희 또한 부족하지만 많은 격려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XXX 드림

네에, 그러시군요. ‘우리가 의미 있는 일-결국 대의-를 하니 이해해달라’는 대답이 굉장히 많은 불합리-특히 단체의-의 변명으로 통하는 현실, 이 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대답이므로 딱히 보탤 말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1. 10만원도 여전히 업계 기본보다 싼 금액이다. 그 선에라도 맞추려면 원고지로 열 장 이하가 되어야 한다. 어디에서도 A4지 한 장 반을 분량으로 내걸고 원고지 열 장 정도 써달라고 하지 않는다.

2. 고료를 많이 주지 못하는 형편의 업체가 대체 와인 콜렉팅을 어떻게 할 수 있나? 콜렉팅은 돈을 사서 모으는 것이다.  사정은 전혀 모르지만 혹 관련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는다면 그건 콜렉팅이라 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수입사로부터 와인 협찬을 받아서 그걸 고료 대신 필자에게 준다는 말인가? 시 한 편 쓰면 쌀 한 말 받는다는 상황인가?

3. 같은 맥락에서, 사업체로서 힘들다면 출장이나 급료 지불이 가능할까? 편집장의 메일에서 언급한 출장처는 전부 해외다. ‘마냥 손해도 많이 보는 편’이라면 대체 출장을 어떻게 다니고 월급은 어떻게 준다는 말인가. 혹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말 좋은 음식 문화 잡지를 만들고 싶어 월급도 안 받아가며 일을 한다면? 그것 자체도 말이 안되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업체도 그렇게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는 안된다. 그럼 왜 당사자들은 출장 다 다니고, 월급 다 받아 가면서 고료를 후려치려 드는가? 만약 저 매체의 직원이 월급을 받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나쁘다면 사업 운영을 하지 말아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차별 없이 지불해야 한다.

4. 계속해서 ‘독립적인 업체’, ‘자본으로 불쑥 들여온 로열티 매거진이 아닌’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개 프리랜서인 나에 비하면 큰 조직이다. 실제로 나는 사비 가입 지역 의료보험을 빼놓는다면 사회 보장제도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입장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니 좋다고 치자. 하지만 그들의 입장까지 이해할 이유는 없다.

5. 자꾸 ‘최선’을 말하는데, 과연 그 ‘최선’의 개념에 나같은 자유기고가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려는 의도는 포함되는 걸까? ‘업계 전문가는 아직도 아낌없이 무료 원고를 주기도 한다’는 건 대체 뭔가. 그럼 그 사람들이나 찾을 일이지, 나에게 연락은 대체 왜 하는가?

요즘 ‘좋은 사과란 무언인가’에 대한 담론이 돌아다닌다. 듣기 좋은 사과가 가능한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나는 그 제 일 조건이 불합리-물질 또는 정신적 손해의 원인-의 작용 기제를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게 가능한 경우, 대부분의 사과는 짧고 정중해진다. 굳이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았을때, 나는 저것이 사과도 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고료 후려치기는 정당화될 수 없으니, 굳이 자신들의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나에게 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건 본인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저렇게 긴 사과에 사실 디테일은 전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편집장이면 편집부의 최고 책임자일텐데, 정확한 직급도 밝히지 않은 가상의 ‘선임자’를 만들어 그쪽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대체 그게 어떤 직급의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비합리적인 원고료를 제시한다는 건 분명 그 윗선에서 그렇게 해도 된다는 문화를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낮은 외고료나 무료 청탁에도 기꺼이 협조해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라는 표현이 뒷받침해준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서 축적한 돈으로 해외 출장 다니면서 만든 콘텐츠를 자기들 이름 박아 내놓으면 좋은 잡지인가? 아니다, 그게 바로 저 책임자라는 사람이 밝히는 “영혼 없는 매거진”이다. 왜 남의 영혼을 판 대가로 자기들 영혼을 구축하려 드는가?

14 Comments

  • abc says:

    하기 싫으면 거절했면 됐지 기분 좀 상했다고 개인 이메일까지 공개하고 영혼 운운거리는건 좀 유치하게 느껴진다

    • 이재칠 says:

      그래, 메세지를 깔 수 없음 메신저를 까야지.

    • 뚝뚝이 says:

      자기만 안하면 됐지가 아니라 글을 쓰고 먹고 사는 전체를 위해서 메일을 보낸거잖아요
      글쓴 분은 그렇게 매번 본인만 챙기시고 다니시면서 무임승차로 여태 사셨나봐요

    • BBB says:

      글을 읽어놓고 글의 의도가 무엇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신 분이네요. 겉의 뜻만 보고 자기 생각하고 싶은대로 판단하는 이런 게 난독이겠죠,

  • 김종헌 says:

    아 위에 놈은 자신이 누구라고 밝히지도 못할놈이 함부로 글 싸질러놨네 ㅋ

  • 메론 says:

    열정페이를 여기서도 볼 줄은 참 …..
    저런 답은 읽고나서 기분만 더 나쁘네요

  • 이진아 says:

    옳은 식견을 가진 가치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를 갖춘 사회를 만들기위해서 양식있는 인텔리가 선도해야한다.
    아직도 무상 기고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그 관행을 일삼는 문화컨텐츠들은 위선적인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기바란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 cake says:

    무슨 심정으로 쓰셨는지는 제가 알 길이 없지만, 잘 써주셨습니다.

  • jh says:

    왜 남의 영혼을 판 대가로 자기들 영혼을 구축하려 드는가?
    와닿는 말이네요- 공감합니다.

  • iple says: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쪽 입장을 이해할 이유가 없다는건 한번 다시 생각해봐 주세요. 그들이 잘못했기에 비판하실수 있지만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다면 좀 더 좋은 비판이 되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왜냐면, 제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본 적 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 아르미군 says:

      갑은 을의 입장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을에게 갑의 입장도 이해해 보라고 말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물론 유명 평론가가 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누가 갑인지 일반적인 상황에선 명확하죠.

  • 이재욱 says:

    저 편집장분이 되게 글을 기분 나쁘게 쓰셨네요
    무료기고를 물어본게 아닌데 무료기고를 아낌없이준다니.. 참..

  • uniquedoor says:

    한국이 대기업 공화국이라는 것엔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의 존재도 한 몫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으려 드니.

  • hj-j says:

    상식 이하의 고료에 대한 해당 잡지의 (일종의) 입장을 묻는 메일에,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사족이 달린 답변을 받으셨군요. 군데군데 대단히 무례한 의도가 엿보이는 문장들이 많아 보입니다. 고료 이야기를 하는데 왜 굳이 해당 잡지가 무료 기고 같은 것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식의 삽화를 끼워넣는지, 그 맥락을 감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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