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스프링 베이커리-‘Glorified Amateurism’의 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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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만야시장 앞을 지나가다가(아니 정말, 줄을 서서 먹을 만한 음식이 아닌 곳에서 그렇게 기다려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직장인들은 주말에 시간을 잘 쓰고 싶어 할 거라 생각하는지라 이해가 안 된다. 그게 누구든 각자의 시간은 대만야시장 같은 곳에서 줄 서 먹을 필요가 없을 만큼은 소중하다고 본다), 새로 생긴 가게라 들어가봤다. 아니, 사실 쇼윈도 너머로 빵을 보니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는 가운데, 단 하나 남은 크루아상이 눈에 들어와 들어가본 것이었다. 내가 늘 지적하는 브레드피트의 덜 익은 하얀 반죽 바탕의 크림빵, 다쿠아즈, 스콘 등 맛이나 모양새 모두 딱히 프로 같지는 않은 분위기인지라 크루아상이 튀어 보였던 것. 2,600원이었다. 문을 연지는 그 시점에서 2주 반인가 되었다고. 생김새와 그로 인한 존재감에 비해 특징 없는 맛이었다. 단면 사진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줄 것이다. 크루아상은 결이 생명이다. 반죽을 밀고 접고 또 미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건, 그 결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지방이 많은 반죽은, 발효 과정에서 조금만 온도 관리를 잘못하면 뭉개쳐 단면이 망가진다. 그럼 먹을 때도 결이 부드럽게 풀리지 않는다.

이런 빵을 계속 먹다 보면 의구심을 품게 된다. 왜 하필 빵을 할까. 이게 과연 빵일까? 음식을 팔아 밥 벌어 먹기는 뭐라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난 발효빵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모양도 중요하지만 발효를 거쳐야 하므로 좋은 맛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하지만 빵집은 계속 늘어만 간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오븐도 반짝반짝하며, 때로 가게를 연 ‘커리어 체인저’의 스토리도 그럴싸하지만 빵맛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차라리 기술 하나 만은 반복해 갈고 닦은 동네 빵집의 천 가지 빵이 차라리 나아 보인다.아이디어가 묵은 게 문제지, 최소한 솜씨는 갖춘 것으로 보이므로.  그래서 난 옛날식 동네 빵집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걸 간접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윈도우 베이커리”의 출현이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래봐야 보기 좋기 포장한 아마추어(Glorified Amateur) 수준인 경우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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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패턴이 보이는 가운데, 가장 아마추어스러운 것이 스콘이나 비스킷 같은 퀵브레드를 주력 상품인양 내놓는 전략. 베이킹파우더나 소다로 공기를 불어 넣는 빵, 특히 스콘이나 비스킷은 만들자마자 먹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븐을 데우는 동안 반죽을 만들어 구워 바로 먹는 패턴. ‘퀵브레드’라는 이름을 괜히 붙이는 게 아니다. 발효빵과 달리 식으면 맛이 급격히 떨어지고, 때로 팽창제 특유의 냄새도 난다. 왜 이런 걸 굳이 미리 만들어 비닐 포장을 해서 팔까. 스타벅스 같은데서 그래서? 거기는 프랜차이즈니까 그런 것이다. 또한, 굳이 스콘이 좋아서 팔겠다면 데워 주는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아니면 냉동이 잘 되므로 반죽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전화-인터넷 주문을 받아 피자처럼 즉석에서 구워서 팔 수도 있다. 하지만 앉아서 먹는 시스템도 없는 “윈도우” 베이커리”에서 저런 퀵브레드를 미리 만들어 파는 건, 만들 줄 아는 게 없다는 아마추어 인증이나 다를 바 없다.

두 번째로 아마추어스러운 건 모양만 그럴싸하지 맛이 아예 없는 빵. 발효를 했는데 그에 맞는 맛이 안 난다. 씹다 보면 뭘 먹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사간 동네에도 ‘가로수길 가격 절반에 똑같은 빵을 먹을 수 있다’는 평이 붙은 빵집이 있다. 잘 생겼으나 아무 맛 없는 바게트랄지, 물 비율이 낮아 다이소에서 즐겨 쓰는 수세미 같은 기공을 가진 치아바타 등을 판다. 치아바타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감안해보면 이것도 그렇게 물 비율 높은 반죽을 못 다뤄 ‘다운그레이드’한 건 아닌라 생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

세 번째로는 차별 없는 메뉴. 무엇을 팔 것인가? 왜 팔아야 하는가? 빵에도, 기술에도 변별력이 없다. 프랜차이즈나 “윈도우 베이커리”나 파는 게 같다. 그리고 종종 후자가 전자보다 못 만든 빵을 더 비싸게 판다. 과연 무엇이 다르기에 더 비싼가?

네 번째로는  ‘커리어 체인저’의 그럴싸한 스토리. 빵이든 뭐든 좋아서 하겠다면야 누가 뭐라고 그러겠느냐만, 빵이 맛 없으니 왜 굳이 커리어를 바꾸었는지조차 이해할 수가 없다. 팔아야 할 건 빵이지 커리어 바꾼 스토리가 아니다. 원래 그 일을 했던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커리어 체인저는 다른 분야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새 분야에 녹여냈을때 의미가 있을텐데 그런 경우를 보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나만 빼고 다른 모든 게 문제’라는 멘탈리티. 프랑스에서 쓰던 밀가루를 그대로 들여온다. 좋은 오븐을 쓴다. 나는 잘 할 수 있는데 재료와 도구가 문제다. 마치 나 빼고 주변 여건이 문제라 빵이 맛이 없다는 식.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갖추었는데도 빵이 맛 없다면 그건 뭘 의미하나? 바로 사람이, 당신이 문제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오븐 들여놓고 집에서 웬만한 오븐과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스콘 같은 걸 만들어 팔면 그건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다. 질적 팽창에 도움되지 않는 양적 팽창은 오염이나 다를 바 없다.

 

11 Comments

  • Min says:

    프랑스밀가루 쓸꺼면 프랑스빵이랑 똑같은 맛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absentia says:

    흠, 저렇게 플레이키하지 않은 크루아상은 처음 봐요. 호오.

  • JUNE says:

    자기자신의 수준과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게 망하는 지름길이죠.

    결이 저리 뭉개진 크로아상을 돈을 받고 팔겠다는 걸 보면ㅎㅎㅎ

  • 행인 says:

    와 완전 공감가네요…….저런 곳이 수두룩하니 슬퍼요……..돈도 아깝고 …….

  • bakerm says:

    아는 분이 나하고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소개 받아 며칠 글을 보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고 있고 제 블로그에도 올렸던 비슷한 내용들이 있어서 흥미롭네요.

    이전에 이 문제로 소위 파워블로거라는 사람과 소동이 있어서 , 웬만하면 다시는 얘기 하고 싶지 않았는데…마침 글 주제가 빵 문화이고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재고해 볼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해서 몇마디 남깁니다.

    프로 베이커들은 ‘발효빵’ 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습니다. 물론, 본문에서는 퀵브레드와 비교해서 발효과정을 거치는 빵을 뜻하기 위해서 쓴 것이라 이해는 됩니다만, 그냥 일반 빵이라고 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모든 빵은 발효 과정을 잘 거쳐야 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하신 대로, 발효 과정이 없는 극소수의 빵들은 소다빵이나 퀵브레드로 해서 따로 명칭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굳이 빵을 발효빵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빵의 기본 정체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발효빵’ 이라는 말을 잘 쓰는 곳이 대부분 홈베이킹 강의를 하는 분들 입니다. 빵집 일을 하면서 어느 누구도 발효빵 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빵은 짧은 기간에 익히기는 힘든 요소들이 많습니다. 포장된 아마츄어리즘 이라고 비판하신 것에 저 역시 요즘 문제가 많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픈한지 2 주된 가게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럴 것 같습니다. 6개월 후에도 , 1년 후에도 발전없이 말씀하신 대로 경력체인지 스토리만을 팔고 있다면 냉혹한 비판을 받아야 겠지요.

  • bakerm says:

    베이커로서 한가지 더 변명을 해보겠습니다. ㅎ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프랑스산 밀가루 종류는 많아야 3가지 정도 입니다. 프랑스 현지에서 사용되는 밀가루 종류는 얼마나 되는지 제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몇십가지 되지 않을까요. 미국만 해도 각 주마다 몇가지 좋류씩 밀가루가 있는 걸로 봐서는…

    우리나라 빵에 대한 오래된 인식 중에서 고치기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모든 밀가루는 다 비슷하다 ? 강력 중력 박력만 있다? 이전에 단과자 빵 한가지만 주로 만들던 시대에서는 강력 중력 박력 같은 분류로 어떤 회사든지 비슷한 밀가루를 만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회분 함량을 기준으로 다양한 밀가루들이 있습니다. 제분 회사 마다 각 밀가루의 스펙도 다르고요.

    물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프랑스산 밀가루도 좋은 것이 있습니다. 위의 얘기가 완전한 변명은 되지 못합니다. 베이커들도 소비자들의 지적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있으며 그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밀가루를 직접 수입하는 베이커리들도 있고, 대형 제분기를 들여와서 직접 제분하는 분들도 있고 우리밀을 직접 농사하는 분들도 있고… 앞으로 10년은 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 됩니다.

  • bakerm says:

    음. . . 아까 글을 남겼는데. . . 없네요.
    잘못 올린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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