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평양면옥-만두소의 마늘과 간접 가열

IMG_6133

올 여름엔 평양냉면을 좀 더 열심히 먹을 계획이다. 지난 주엔 장충동 평양면옥에 갔는데 냉면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은 가운데, 만두소의 마늘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외가의 뿌리가 이북이라 그 맛도, 표현도 알지만 쓰지 않는 가운데, 평양면옥의 만두는 ‘슴슴하다’는 맛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압구정 만두집이나, 그쪽 평양면옥의 만두보다도 더 좋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소의 마늘맛이 꽤 거슬린다. 절대적으로 거슬린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만두맛을 놓고 상대적으로 따져보면 확실히 거슬린다. 아린맛이 꽤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소에 넣은 생것이 만두를 익히면서 간접가열되었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안 익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늘의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키우는 정도로는 익히지 않았다. 조리는 되었지만 요리는 안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IMG_6131

이런 마늘맛을 놓고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런 방식으로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습관적인 간접조리다. 만두소는 빙산의 일각이고, 전으로 가면 여러 종류의 재료가 간접조리되고, 또한 비효율적이다. 만두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그랑땡이라면 마늘을 비롯, 거의 모든 채소가 두부와 간 고기 속에 파묻혀 가열만 된다. 파전은 어떤가. 반죽에 파를 심는 수준으로 익힌다. 맛이 더 발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파의 숨이 죽으면서 나오는 수분이 가뜩이나 수분 비율 높은 반죽(batter)의 전을 더 질척하게 만든다. 안심처럼 부드러운 살코기를 반죽 속에 박다시피해서 굽는 빈대떡도 마찬가지다. 겉을 바삭하고 노릇하게 굽는 게 목표라면 속재료의 수분을 어느 정도 걷어내는 한편, 마이야르 반응 등으로 맛을 미리 불어 넣어줘야 조리시간이 짧아지면서 맛은 최대로 끌어낼 수 있다.

그리하여 두 번째인 총체적인 맛을 생각해보자. 저런 종류의 만두도 그렇고, 다들 슴슴, 또는 담백한 것이 좋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간장, 신김치 등등을 곁들여 먹기 때문에 이런 음식의 최종적인 경험적 맛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만큼 슴슴하거나 담백하지 않다. 따라서 이것은 인지부조화라고도 볼 수 있다. 전후 관계는 좀 더 따져봐야 되겠지만, 이런 식의 간접조리가 재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맛을 보충해주는 다른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프렌치프라이의 케첩 등 양념장-소스의 형식은 어느 식문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역할을 정확히 따져 보면 우리가 음식을 먹는 방식과는 사뭇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조금 다른 예지만, 을지로의 산수갑산 같은 데서 파는 순대나 수육 등은 간이 아예 안되어 있다시피하니, 폭발하는 지경으로 짠 새우젓이나 전분이 매개체인 쌈장 등에 찍어 먹는 한편 생마늘이나 고추, 양파 등도 곁들여 먹어야 한다.  달리 말해 양념장이 원래 간을 불어 넣어 맛을 낸 음식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과, 아예 간을 100% 의존하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그리고 한식에는 후자의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이유는?

 

*사족

1. 김치는 멀쩡하게 생긴 것에 비해 맛이 너무 없었다. 숨이 안 죽은 배추에 싱겁고, 마늘맛이 심했다.

2. 요즘 음식의 양에 대한 짐작을 잘 못해서,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면의 양을 물어보았다. 250g이라고. 역시 한 끼로는 충분하다. 한편 주인 아주머니는 답을 준 이후에도 말을 이어, ‘함흥냉면은 150g(90g? 기억이 희미하다) 주고 9,000원 받아서 다른데 평양냉면 값 비싸다고 한다. 냉면이 그냥 되는 게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제 더워지고 냉면집에 손님도 많아지고 있으니, 매체에서 또 냉면값 가지고 물고 늘어질 타이밍인듯.

3. 피가 금방 찢어지는 등, 소와 분리되는 현상은 개선이 불가능할까?

IMG_6134

4. 계란 노른자의 황. 이것도 개선 안될까?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의 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 품질 관리는 가능하리라 본다.

3 Comments

  • NOW says:

    전같은거 먹을때 불만족스러운 느낌만 어렴풋이 있었는데 이 글 읽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인식할수있게되었네요. 전에 취향을 논하기 위해서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게 이 글을 통해 새삼스레 와닫기까지 합니다. 유익한 글들 많이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Inji says:

    평양면옥은 갈 때마다 상태 차이가 심하고, 지점마다 상태차이도 심하더라구요.가격대가 좀 있는 식당이니 상태 관리가 잘 됐으면 합니다. 검색하다 들어오게 되었는데 재밌는 글이 많네요. 잘 읽고 갑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