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고급화와 생산자의 무의식적 자기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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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음식의 가격 인상은 때로 교묘하다. 싸니까 올라봐야 큰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곰곰이 뜯어보면 인상폭이 예전 가격 대비 꽤 클 때가 종종 있다. 보고 있노라면 원래 싸기 때문에 많이 올려도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 믿는 건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그 명목이 자칭 고급화라면 더 그렇다. 요즘은 김밥이 그런 추세로 보인다.

먹을만한 김밥 가격을 한 줄 2,000원으로 잡는데, 요즘 3,000원 넘는 김밥도 종종 보인다. ‘바른/건강한 먹거리’라는 콘셉트로 고급화를 추구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먹어보면 이것이 정말 고급화인지, 또한 의미는 있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의 어둠속 김밥-만취 상태에서 찍어 사진이 영 안 좋다-은 얼마 전, 술에 취해 시청 옆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쌀을 도정해서 김밥을 한다’는 문구에 이끌려 사본 것이다. 정말 가게 안에 아주 작은 도정기가 있고, 그걸로 쌀눈이 살도록 도정해 밥을 짓고 김밥을 만다는 것. 채소 위주의 ‘산채 김밥’이 (술에 취해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3,000원인가 3,500원이었다. 자, 그래서 가게에서 즉석 도정한 밥으로 김밥을… 미리 한 열 줄 정도 말아 놓았다가 주문과 동시에 바로 썰어 담아주었다. 소요시간 10초. 엄청났다. 쌀은 즉석 도정하지만 김밥은 미리 말아 놓았다 내놓는다니, 나에겐 이게 어딘가 모르게 모순으로 보였다.

또한, 그렇게 즉석도정을 한 쌀과 그것으로 지은 밥이 정말 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르다 김선생도 그렇고, 요즘 고급화를 추구하는 김밥은 대부분 속의 비율이 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김밥이라기보다 그냥 김말이의 수준. 밥은 그냥 거들 뿐인데, 당연히 전체의 맛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를 아울러 주는 단맛의 탄수화물이 없다보니 심심하고 대부분 간도 맞지 않을 뿐더러, 이처럼 채소 위주의 김밥은 밥이 너무 모자라 그저 단단한 채소를 으적으적 씹는 수준이다. 먹는 게 전혀 즐겁지 않은데, 과연 정말 건강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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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급화의 첫 번째 전략으로 보이는 밥 줄이기부터 신통치 않은 가운데, 재료의 수준 높이기 또한 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바르다 김선생 같은 경우는 저염 햄이나 단무지를 쓴다고 내세우는데, 현재 한국 음식이 전반적으로 그러하듯 짠맛만 골라 두들겨 패고 있고 매운맛이나 단맛에는 조건 없이 면죄부를 준다. 물론 김밥이니 매운맛은 없지만(땡초 김밥?), 각 재료의 단맛은 여전히 거슬린다. 그래서, 2,000원짜리 김밥에 비하면 가격이 50% 오른 수준의 만족도는 주지 못한다.

왜 그럴까. 늘 같은 이야기지만 재료의 수준만 50% 올린다고 더 나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과 기술 또한 돈을 먹고 자라거나, 또한 그 돈을 먹을 수준이어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생산자는 생각을 거의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내가 50% 좋아지는 게 아니라, 재료가 50% 좋아지면 자동적으로 다 좋아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사고하는 가운데 생산자는 스스로를 지워버리지지만, 그것조차 의식을 못한다.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기계도 마찬가지. 90,000,000원짜리 로스터가 당신의 커피를 기계적으로 맛있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음식의 완성은 사람이 하고, 그건 1,000,000원짜리 양식이나 3,000원짜리 김밥이나 마찬가지다. 이걸 생각 못한다면 설사 아무리 싼 음식이라고 해도, 새로운 시도는 새롭지 않고 또 의미도 없다. 원래 가격대에 상관없이 이러한 변화에 50% 가격 인상의 가치는 없다는 말이다.

7 Comments

  • enc says:

    그렇게 인사이트가 느껴지는 리뷰는 아쉽게도 아니네요. 개인적으로 김밥재료가 건강해짐으로써 분명히 더 맛있어진 부분이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소비자가 판단하였을 때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 자체를 비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는 재료가 전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다른 문제지만요. 그것은 사기니까요.

    • Hongjoo Lee says:

      “싫으면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 따위의 논리를 아직도 쓰나요? 그렇다면 맛있다고 느끼신 분은 많이 사드시면 그만인 것을 굳이 한마디 보태는 건 무엇 때문이죠? 물론 이 글이 그다지 시사하는 바가 없는 건 사실입니다. 저라면 마케팅적인 접근 내용과 실제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주제를 부각시키고, 과거 햄버거나 페밀리레스토랑 등의 점진적 고급화/차별화 된 사례들과 비슷하지만 또다른 차별화가 반복되면서 결국 문을 닫거나 세를 축소하기도 한다는 등의 예시들을 넣었을 꺼에요. 통찰력이 없다는 건 그렇게 말해야 하는 거지 그냥 그렇게 느겼다거나 싫으면 먹지말라고 할 게 아니죠.

  • K-JEOSSI says:

    ㄴㅋㅋㅋㅋㅋ 좆문가 납셨소.. 얼마나 조리있게 쓰는지 그 쪽이 한 번 써보시죠 ㅋㅋ

  • 착선 says:

    저는 개인적으로 김밥을 후라이팬에 식용유 둘러서 구워먹는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째 고급김밥들이 옆구리가 더 잘 터지는 느낌이..

  • combinat says:

    저런 김밥의 대표주자인 바르다 김선생 것은 나름 간도 맞고 즉석에서 싸주는게 괜찮았는데 드셔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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