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소복-습관적 고명의 맛과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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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짬뽕을 먹었으니, 역시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이다 싶어 어제 처음 먹어보았다. 5,200원. 혼자 먹기에 조금 많고 둘이 먹기엔 살짝 모자랄 수 있으니 비싸다고는 볼 수 없다. 하여간 아이스크림 자체는 좋았다. 질감 부드럽고, 단맛 적당했으며, 그 뒤로 올라오는 곡물맛도 텁텁하지 않았다. 다만 그 아이스크림을 바탕으로 각종 고명이 전체의 맛을 완성하는 측면에서는 고민이 좀 더 필요해보였다. 무엇보다 습관적인 재료의 사용이 원인. 시럽에 조린 해바라기씨와 단호박, 곶감, 떡을 곁들였는데 일단 맛의 측면에서는 곡물에 또 곡물의 맛을 더하는 격이니 아이스크림 맛의 단조로움을 덜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더한다. 서양에서 타르트나 파이 등을 만들때 탄수화물+계란+버터의 크러스트에 레몬 등 시트러스 류의 맛을 더한 커스터드 등을 조합해 맛을 내는 논리를 감안한다면 곡물 아이스크림에도 과일맛을 더한 시럽 등을 끼얹는다면 한층 더 상큼해질 수 있다. 레몬만 해도 제주도에서 나오니까(물론 비싸지만) 쓸 수 있고, 아니면 유자도 좋다. 거의 모든 과일을 설탕과 섞어 ‘청’을 만드는 문화가 유행인 현실인데, 온갖 별 의미 없는데 쓰면서 정작 이런 아이스크림처럼 꼭 필요한데는 왜 안 쓰는지 잘 모르겠다. 한편 향만 즐기라고 국화꽃을 곁들여 주는데(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주문대에 ‘먹지는 말라’고 안내 문구를 내놓고는 있는데 글씨가 작아서, 대강 읽고 ‘먹어도 된다’고 오독했다…), 차라리 이를 설탕에 끓여 시럽을 내면 아이스크림에 더 다채로운 표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질감 면에서도 저 고명 재료들은 ‘더하기’보다 ‘빼기’다. 단호박은 물컹한 가운데 껍질이 조금 단단하고(왜 안 벗길까?), 해바라기씨는 당연히 눅눅하다. 곶감이나 떡-비록 ‘아이스 인절미’의 질감은 전혀 단단하지 않고 서양 디저트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질감을 지녀 훌륭했지만-도 다른 곳에서 먹을 수 있는 것보다는 부드러웠지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즐기는데는 방해가 된다. 서양식의 아이스크림에 웨이퍼로 된 콘을 곁들이는 이유가 결국 얇고 바삭한 과자를 통한 질감의 대조라는 걸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해바라기씨가 습관에 의한 재료가 아니라면(그래보이지만), 정말 그 맛이 좋아 쓰기를 원한다면 갈아 튀일 같은 과자를 만들 수도 있다. 단호박도 마찬가지로, 정말 맛을 위해 쓰고 싶다면 얇게 저며 말리거나 튀겨 칩을 만들 수도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다른 향신료를 더해 더 다채로운 맛도 불어 넣을 있다. 한마디로 이러한 재료들이 맛과 질감 양쪽 측면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습관적인 사용일 수 있고 그렇다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편 디자인이 좋은 용기 또한 경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저 고명이 거의 전부 바닥에 깔려서 2/3 이상 먹고 바닥을 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이 곁들여 주는지조차 짐작할 수 없다. 혹시라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시럽에 졸여 묵직한 고명이 꺼트리는 것이, 그래서 아이스크림의 모양새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고자 일부러 바닥에 깔아 내는 것이라면 그 또한 이 고명의 효율성을 재고해야할 이유가 된다. 또한 용기의 아랫 부분이 살짝 짧은데 곡선이라 그 부분만 잡으면 미끄러진다. 결국 갓 부분을 쥐고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되는데 이 또한 콘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먹을때의 “그립감”을 감안한다면 기능에는 덜 배려하는 셈.

1 Comment

  • 자거스 says:

    과도기의 아이스크림 같네요..
    다른 데서 제보야 받으셨겠고.. 마포 ‘금미덕’에서 시홍스지단면(8천원) 하나 먹었습니다. 일단은 홍보를 했기에 피크시간엔 좀 붐비더군요. 도삭면이 살짝 굵긴했는데 식감 좋고 잘 만들었습니다. 일단 오픈발은 있을테니까요^^ 이런 면류 찾으러 대림동 조선족촌 멀리 부러 찾아가기도 그렇고..여기서 가끔 먹으려 합니다.
    요리류는 꿔바로우, 수육 이런거 빼고는 대중에게 어필할만한게 뭔지 미묘하더군요.
    kosmose님이 이웃공개 포스팅으로만 이 곳 올려놓았더군요. 저같은 사람 손바닥 안에서 놀면 곤란한데요 ㅎㅎ orz 중국 북부 지방계통 음식을 이리 대중적으로 밀어서 큰 가게를 낸게 신기하긴한데, 하긴 이 마포.공덕쪽도 고깃집들 빼곤 은근히 먹을데가 없어서…초심 유지하길 바래야죠. 천천히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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