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쓰는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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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사실 블로그에 잡담 쓰는 걸 아주 좋아한다. 특정 주제의 콘텐츠가 내 홈페이지의 핵심이자 원동력인 것 같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렇게 매일 자정을 넘기고 새 날을 맞자마자 써온 그 무수한 잡담이 사실은 핵심이고 원동력이며 또한 뼈대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에게 글쓰기의 생활화보다 좋으면서 필요한 게 있나.

2. 그러한 잡담을 요즘 자주 쓰지 못한다. 아마 한 달 정도 안 썼을 것이다. 거의 순수하게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진 빠질 정도로 타자를 쳐서 뭔가를 꾸역꾸역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잡담 쓸 에너지가 없다.

3. 맞다. 제목처럼 서서 잡담을 쓰고 있다. 생각 끝에 서서 일하기 시작한지 약  2주쯤 되었다.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것인데 효과가 좋다. 일어나고 앉기를 번갈아 하라고들 하던데, 그런 거 없다. 난 그냥 쭉 서서 일한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서서 일하고, 30분 정도 쉰다. 옷장 등등을 쌓아 높이를 확보해서 일을 하다가, 그냥 서서 쓰는 책상을 질러버렸다. 마침 연휴 직전에 도착했으니, 설치해서 연휴 내내 열심히 일할 계획이다.

3-1. (일단 눈물 좀 닦자… ㅠㅠ)

3-2. 시간이 없어서 팟캐스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4. 몇 년을 쓴 적 없는 오디오를 최근 다시 연결했다. 아니, 사실 기본적인 시스템은 계속 연결이 되어 있었다. 음반을 사도 대부분 다운로드거나 바로 음원 추출해 컴퓨터에서 듣곤 했는데, 충동구매한 리히터의 평균율을 돌리자마자, ‘왜 이 좋은 걸 여태까지 그냥 놓아 두었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음악만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정말 귀하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4-1. 그래서 생각하건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 혹은 시대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노후의 여유 그런 것 말이다. 그냥 이대로나 살다 죽으면 참으로 다행이지 않을까. 내다보면 끔찍하므로 아예 당장 손에 쥔 일에 코를 박고 고개를 들고 싶지조차 않은 요즘이다. 삶에는 기대를 절대 품으면 안된다는 것을 아주 한참 전부터 알았어야만 했다. 하하. 삶이 나를 배신하기 전에 내가 삶을 먼저 배신해야만 했다. 아니,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니 배신을 한다고조차 생각하면 안된다. 그게 바로 가장 손쉽게 저지를 수 있는 멍청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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