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살롱 드 몽슈슈-내부 규율에 충실한 애프터눈 티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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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 때문에 가로수길 근처에 갔다가 살롱 드 몽슈슈에서 중년의 티타임을 가졌다. 차 포함 애프터눈 세트 1인 22,000원 (2인 40,000원). 적절한 단맛과 모난 구석 하나 없는 질감이 훌륭했다. 대부분 부드럽고(윗층의 파나 코타가 좋은 예), 단단한 건 얇아서 바삭했다. 꽤 여러가지 나오지만 어느 하나 그냥 공간을 메우기 위해 내놓은 것은 없다. 엄청나게 훌륭하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정해 놓은 완성도에 철저하게 수렴한다. 심지어 열린 샌드위치에 얹은 연어쪼가리조차 맛있었다. 디저트(페이스트리)는 각 요소를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 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여기 등장한 각 음식과 그 구성 요소는, 대강 헤아려봐도 50가지쯤 될 것이다. 그 각각을 만들고 또 조합하는 기술이 전부 일정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에서 건너오면서 탱자로 전락하지 않았다. 다만 단 하나 의심가는 게 샌드위치 빵의 겉면. 미리 구워 놓은 것인지 말라 있었는데, 속재료의 수분 때문에 빵이 축축해지는 것을 막고자 안쪽을 구운 건데 실수로 바깥쪽으로 뒤집어 샌드위치를 만든 건 아닌가 추측했다. 다 먹고 췌장이 고통스러워했지만 딱히 불만족스러운 구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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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달 전, 약속 때문에 투섬플레이스에 갔다가 마카롱처럼 생겼으나 단단하며 부스러지는 뭔가를 먹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음식은 거의 먹을 수 없는 수준이고 그 돈은 자리를 빌리는데 쓰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맛있다’는 상태는 점이 아니다. 재료와 기술이 각각의 한 축을 차지하는, 무수히 많은 좌표를 가지는 면이다. 누군가는 정직한 카드만을 써서 한 좌표를 차지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온통 속임수로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때로는 그 정직함에 감복하고, 속임수에 웃고 넘어간다. 정직하지도 않은데 속임수도 변변치 않으면 사실 음식을 만들면 안된다. 나는 차라리 속아 넘어갈때 행복하다. 제대로 속이지도 못하면서 동정을 구할때 가장 난감하다. 이 정도 수준의 음식을 계속해서 판다면, 이걸 일본에서 들여온 의미는 있을 것이다. 우리가 못하는 원인은 재료나 기술이 아니다. 이미 그런 핑계가 의미 없는 시대가 되었다. 차가 자동으로 운전을 해주네 마네 하는 세상에 몇 백년 전에 출현한 케이크 하나를 못 만들고 있다. 그게 무슨 기술의 문제인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맛없는 음식은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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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커피는 온도 맞는 것에 비해 너무 맛이 형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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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집에 싸들고 간 자색 고구마 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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