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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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통령께서 “요즘에는 사람들이 커피를 밥보다 많이 먹는다고 한다. 우리 국민이 어쩌다 커피를 즐겨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단다. 이 이야기가  트위터에서 ‘커피에 세금이라도 매기는 것 아니냐’ 등등의 반응과 함께 돌았다. 확대해석, 또는 기우라고 여기고 싶지만 또한 그럴 수만은 없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맥락을 보기 위해 조금 더 찾아보았다. 사실 별 이야기는 없다. 그저 ‘티타임’을 가지는 가운데 나온 이야기 가운데 한 마디라고 보아도 당장은 무방할 듯.

사실, 그 이면에 어떤 의도-행간을 읽어야 하는-가 있다고 해도 국민의 커피 소비가 큰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커피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마시는 커피의 대부분은 단맛이나 카페인의 매개체다. 어차피 매운맛/양념 위주의 한식은 쓴맛을 지닌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류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그런 음식을 먹고 얼얼한 입은 역시 지방과 단맛으로 가셔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거기에 커피향과 쓴맛이 적절히 돕는 방식은 커피 자체를 즐기는데 최선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맥락 안에서는 괜찮은 즐거움이다. 또한 커피는 카페인의 매개체로서 기분을 북돋아준다. 마실 수록 기분이 가라앉는 술-알코올에 비하면 숙취 같은 부작용도 훨씬 덜하다.

물론, 과잉 노동의 쓴맛을 시럽의 단맛으로 덜어내거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커피 아닌 카페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현실은 충분히 슬플 수 있다. 하지만 커피 경험이 그 차원에서 그치지 않도록 점차 좋은 커피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여전히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어쨌든 멈춰서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고는 있는 현실. 이래저래 종합해보면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지나치게 행간을 읽거나 과잉해석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가운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커피=외국산’이라는 인식. 혹 ‘아니 국민이 국산 차를 안 마시고 왜 외산 커피를 마시는가…’라고 생각하는 경우일텐데, 사실 생각이 여기까지 가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커피 즐기는 나라들 대부분이 기후 여건 등으로 커피 생산을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사에 제주도지사가 ‘제주도에서 고급 커피가 나온다’는 말을 했다던데, 그게 여기라면 이제 재배를 하는 수준이며 설사 재배가 잘 된다고 해도 상용화가 가능한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현재 큰 의미는 없다(거기에 “망고도 우리나라에서 기를 수 없다고 했는데 맛있는 망고를 제주도에서 기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할미꽃도 기를 수 없다고 했었는데 기를 수 있게 됐다고 한다”며 “사람의 능력이라는게 불가능이 없는 것 같다”고 화답하셨다는데, 이것이 정말 사람의 능력에 대한 반증인가? 알 수 없다. 지구 온난화와 제주도 기후 등등과 차라리 더 관련 있는 게 아닐지). 또한 그런 식으로 커피를 걸고 넘어지만 밀가루, 설탕 등 다른 기본 식재료도 문제로 삼아야 한다. 어차피 국내 생산이 불가능하거나, 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상용으로 쓸 만한 상황이 아니니까.

사실 커피라는 이름으로 워낙 다양한 제품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담배처럼 일괄적으로 세금을 붙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또한 외국에 자동차나 스마트폰, 반도체 등등 팔아 먹고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우리나라가 ‘커피=외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해야하는 시대를 사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게다가 저 이야기가 ‘티타임’에서 나온 것이라면, 커피가 아니라도 대통령께서 기호식품에 대한 취향은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 차는 되는데 커피가 안 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 이상할 건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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