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쿠자쿠-0.8배 희석된 일본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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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꾸물꾸물하고, 눈발도 날리는 날씨. 아무래도 국물 음식이 생각난다. 어젠 드물게도 라멘이 떠올라, 대강 검색을 통해 쿠자쿠에 가보았다. 그리고 굳이 수치를 들먹인다면 약 0.8배 정도로 희석된 일본의 맛을 먹고 왔다. 물론 이건 총체적 경험으로서 맛으로, 나눠 따져보자면 라멘에서 결정적이라 할 수 있는 온도와 맛 양쪽 측면 모두 그러했다.

라멘이란 어떤 음식인가. 뜨끈하고 두터운 가운데 짭짤함이 확 뚫고 올라와야 맛있다. 물론 이 셋은 상호보완 관계다. 뜨끈하고 짭짤해야 두툼해도 느끼하지 않다. 돈코츠 라멘을 먹었는데 세 측면 모두에서 디테일이 떨어졌다. 라면을 받아 국물부터 한 숟갈 입에 넣으니 다소 미지근했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들척여보니 김이 올라오고 아랫쪽은 뜨거웠다. 온기가 음식 전체에 고루 배어들지 않은 것. 가장 큰 원인은 차가운 계란인 듯 보였다. 일본풍 계란이라면 흰자는 액체는 아니지만 질긴 부분 없이 부드럽게 익어야 하고, 노른자는 ‘크리미’하되 차가워서는 안된다. 라면에 딸려 나온 계란은 대략 흰자의 안쪽 절반 지점부터 액체였고, 노른자는 차가웠다. 계란을 하나 더 추가했으니, 혹 이 둘이 차가운 상태에서 국물을 더했다면 온도가 내려가는데 꽤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왜 덜 익고, 왜 차가울까. 그 정도로 미리 조리를 한 다음, 주문에 맞춰 뜨거운 물에 온도를 올리면서 내부를 마저 익혀 내는 것인데 그 과정을 건너뛴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여간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정도까지 두툼하지도, 짭짤하지도 않은 것이 어쩌면 이 정도의 덜 뜨거운 국물에는 맞는 조합이다. 아니라면 먹기에 힘들었을지도 모르니까. 한마디로 이건 디테일이 떨어지는 음식인데, 만드는 사람의 기술이 여기까지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데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해 적당히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똑같이 맛이 없더라도 후자인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차슈. 모든 삼겹살의 조리에서 마찬가지다. 비계를 부드럽게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고기를 딱딱해지지 않게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 차슈의 고기는 딱딱했다.

*사족

1. 남성의 손으로 쥐기 어려운 후추통을 판매되는 상태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았던데 그거 흔들다가 아직 국물에 빠뜨린 사람이 나오지 않은 걸까?

2. 김. 살짝 절은 느낌인데 맛소금으로 조미한듯?

3. 반찬(사진 왼쪽 위)은 사실 안 내줘도 되고, 맛의 측면에서도 실제로 제 역할을 못한다. 짭짤하지도, 시지도 않기 때문. 오른쪽의 채소 절임에는 생 연근이 들었던데 익히지 않은 연근에서는 특유의 아린 맛이 난다. 굳이 연근을 쓸 필요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