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심오한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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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분.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썩 재미있지도 않았다. 아니, 우주의 영상을 빼놓고 그 시시껄렁한 사랑 등등 타령을 감안한다면 ‘노잼’이었다. 점점 더 심오한 주제를 고르고 싶은 것 같지만 주제는 바뀌지 않고, 등장인물들은 갈수록 얄팍해진다. 배트맨 3부작 마지막 편에서 막말로 똥을 싸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을 보며, 아무렴 팀 버튼이 거지 같은 배트맨을 찍었기로서니 저렇게 무겁다 못해 땅에 질질 끌리는 배트맨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재미를 쪽쪽 빨아내고 나니 그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될 수 있어도, 배트맨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섰다. 그래, 배트맨 3부작만 해도 정말 조커까지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화에 대해 뭘 알겠느냐만, 그 영화를 기점으로 놀란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노잼의 땅에 발을 디딘 건 아닐까. 인터스텔라도,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음 웜홀을 통해 더 큰 노잼 은하계로 발을 디뎠으니 다음엔 블랙홀처럼 심오하고 재미없는 영화를 찍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사람의 중요성, 사람 사는 세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정작 사람을 막 굴려 먹는 모순을 느낀다.

그의 영화가 이런 건 그런가보다 할 수 있는데, 솔직히 매슈 매커니히가 이런 건 이해 못하겠다.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나 ‘트루 디텍티브’에서 보여주는 것과 다른가? 별로 뛰어나다는 생각을 못했고, 이게 하나의 유형으로 굳어질까봐 그다지 반갑지 않다. 어쨌든, 재미있으면 좀 더 큰 아이맥스나 필름 상영 같은 걸로 한 번 더 볼까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난 진짜 다음에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다. 대체 얼마나 더 심오하며 재미는 없을까. 꼭 극장에 가서 볼 생각이다.

5 Comments

  • 아름아름 says:

    중간에는 팀 버튼이 아니라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을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팀 버튼의 배트맨은 괜찮지 않았나요?

  • 가녀린 얼음요새 says: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게 양키 헐리우드 영화의 매력이자 재미의 핵심 포인트인데, 유머 감각도 없고 쓸데 없이 진지한 상황과 감정만 강요하는 놀란 영화가 노잼인 건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일부 아트하우스 영화처럼 고통의 극한을 탐구하는 미학이라도 있으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상황도 뻥카같고 캐릭터도 얄팍하니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런 영화가 되어 버리는 거지요. 다크나이트보면서 극장에서 웃음 참기 힘들었던 경험 이후로, 놀란 영화는 극장에서 안 봅니다. ㅎㅎ

    • bluexmas says:

      그도 그렇고, 여자 등장인물을 다 저런 식으로 만드는 것도 싫습니다^^

  • Kwangsu Kim says:

    비주얼은 압도적이더라구요… 뒤로 갈수록 어떻게 이렇게 촌티나게 스토리가 전개되는지.. 어쨌든 과학적 이론과 공상과학을 시각화 하는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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