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시나몬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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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빵-케이크가 잠재적으로 위험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위험한 빵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시나몬 롤이다. 정석대로라면 버터와 계란을 넣은 부드러운 반죽도, 흑설탕에 계피의 끈적끈적한 속, 때로 설탕이 씹히는 아이싱도 모두모두 위험하다. 거기에 돌돌 말린 형태까지 거든다. 시나몬 롤이 롤이 아니라면, 달리 말해 단팥빵처럼 흑설탕과 계피가 소의 형식으로 들어가는 빵이라면(그럼 호떡이 되는 건가;;;) 한두 개쯤 먹다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롤이라서 사정이 다르다. 말린 걸 풀어가며 먹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풀고 싶어진다. 그래서 시나몬 롤은 아주 위험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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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웬만하면 만들지 않는데,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레시피가 나왔다고 해서 시도해보았다. 이스트를 따뜻한 우유에 설탕과 함께 풀어 미리 힘을 좀 주고, 베이킹 파우더도 섞어 오븐에서 구울 때도 한 번 더 힘을 준다. 따라서 적당히 반죽해 1차 발효 30분만 거치면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다. 어찌나 만들어 보고 싶던지(사실은 먹어 보고 싶은 게 맞겠지만;), 새벽 서너 시쯤 일을 끝내놓고도 새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구워 먹었다. 이름이 시나몬 롤이니 당연하겠지만, 핵심은 역시 계피다.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가루는 맵기만하지 향이 별로 없다. 실론(또는 스리랑카) 계피나 카시아(인도네시아-중국 계피, 우리가 흔히 계피라고 부르는 딱딱한 껍질)를 갈아서 쓰면 향이 비할 바 없이 좋지만 대신 강판에 가는 게 힘들고도 귀찮다.

통밀을 50% 섞어 반죽은 다소 뻣뻣한 편. 차마 아이싱까지는 끼얹을 수 없어 생략했지만 대신 두 개 먹었으니 똑같다.

15 Comments

  • Mindooze says:

    Louis CK 아저씨가 시나본 얘기했던 게 생각나네요 ㅎㅎ

  • michelle says:

    홍차 마시다가 포스팅 봤는데 차나 커피랑 먹으면 맛있겠네요! 배고파라…
    댓글은 처음이지만 항상 글 잘 보고 있어요~ㅎㅎ

    • bluexmas says:

      네 근데 빨리 만드는 레시피인데다가 통밀을 50% 섞었더니 좀 뻣뻣해요. 하여간 시나몬 롤은 무서운 빵입니다^^

  • d says:

    전 가끔 기성품 호떡믹스로 시나몬롤을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만취상태에 좋은 탄수화물 공급원이죠.

  • Jay says:

    작가님 번역하신 모든것을 다 먹어본 남자의 저자처럼 빵에 몰두하시는군요 ㅎㅎ

  • 은향씨 says:

    시나몬도 좋아하고 빵도 좋아라하는데 정작 제대로 된 시나몬롤을 먹어본적이 없네요 ㅠㅠ
    기성품 시나몬롤은 어디서 먹어야 맛있을까요…

    • bluexmas says:

      저도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ㅠㅠ 그러고 보면 만드는 곳이 별로 없어요.

  • 그런데 아이싱이 없으니 섹시함, 아니 ‘야함’이 너무 덜한데요.
    전 내일은 찬장에서 오키나와 흑당을 찾아내거나 IKEA라도 가야겠습니다. 막 당기네요.

    • bluexmas says:

      아무래도 그렇죠? 크림치즈도 없고 해서 건너 뛰었는데 날 더 선선해지면 제대로 한 번 다시 만들어야 되겠어요. 오키나와 흑당 좋겠네요.

  • 베쯔 says:

    계피향과 찐득한 아이싱과 빵의 폭신쫄깃함이 어우러진 시나몬롤 좋아해요. 만들어본 적도 한번 있구요.
    왠지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끝까지 풀고 싶어서였어요! 제대로 잘 만들어 파는 빵집이 드물다는 게 다행이랄까요.

    • bluexmas says:

      네 정말 제대로 만드는 집은 없지요. 한 번 먹으면 절대 멈출 수 없는…. 무서운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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