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저씨와 잡담

1. 한국도 탈락했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네덜란드-멕시코 전을 보았다. 각 유니폼의 초록색과 오렌지색 대조가 나름 상큼하달까. 사실 축구는 보는 법을 잘 몰라서 그냥 구경하는 심정이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네덜란드를 응원했는데 또한 여러가지 이유로 역전해 8강행.

2. 한 손엔 불이 붙은 담배를 내려 들고, 다른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보며 정신 못 차리고 길거리를 걷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개저씨들… 20~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꼭 중년이 되어야 개저씨 자격을 갖추는 건 아니다. 그들이 절실히 원하거든, 개저씨가 되고 싶다고. 소주와 담배로 이 힘든 시절을 나는 당신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개저씨. 뜨겁고 시원한 국물 많이 드세요. 그래서 열심히 개저씨 퀄리티 대물림해주세요.

2-1. 실제로 대학교 1학년때, 건널목에서 옆에 선 아저씨가 내려든 담배에 손가락을 덴 적이 있다. 내가 길길이 뛰자 함께 있던 친구는 뭐 그것 가지고 그러느냐고 되려 나를 이상한 인간 취급했다. 지금 그 친구는 어떻게 먹고 살고 있나.

2-2.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10년쯤 전인 것 같다.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전공도 똑같이 건축이었다. 친하게 지냈고 미국에 있다가 나오면 그래도 꼭 만나는 녀석이었는데 3차까지 술을 마시고는 나에게 화를 내며 먹던 오이를 던졌다. 술에 취했으니까 그랬겠지.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그랬는데 이후 만나지는 않았다.

2-3. 관계에는 언제나 유효기간이 있으므로 그게 지났다고 생각하면 그런가보다, 한다. 10년쯤 열심히 다니던 미장원도 어느날 정말 너무나도 갑자기 머리가 영 아닐 때가 있다. 그럼 그만 가야하는 것처럼, 관계도.

3. 교수 후보의 제자들이 컬럼을 써줬네, 수업을 맡았네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론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지만 그 바닥에는 으레 그런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라 별 느낌없고 ‘뭐 하나 건수 잡은 것처럼 난리네’라는 생각이 든다. 거듭 말하지만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클리셰라고. 내가 3-4학년을 보내던 1999-2000년에도 주변의 대학원생들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을 겪으며 살았다. 게다가 IMF 전이라 대학원-방위산업체의 경로로 군대도 안 가고 돈도 벌던 시절, 교수는 일종의 생사여탈권을 지니고 있었다.

3-1. 그래서 나중에 박사하고 교수라도 한 자리 하려면 누구라도 교수 밑에서 석사는 해야 한다고 다들 이야기했다. 미쳤냐. 게다가 건축석사는 그때만 해도 설계 아닌 논문 쓰는, 내 생각엔 별로 의미 없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새로 온 교수들은 모두 누군가의 제자…

3-2. 시간강사도 꼬박꼬박 교수라고 불러주는 건 나름 고맙지만 사실 그다지 고맙지 않다. 난 그냥 강사일 뿐이고 강사를 굳이 교수라고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강사는 그냥 강사거든.

4. 10개월 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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