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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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일이 마감인 일을 반쯤 끝내놓고 ‘이만하면 잠이 오리라’ 싶어 누웠으나 실패했다. 누워 있다가 다시 일어났다. 잡담을 쓰고 나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 아마도 하던 일을 끝낼 것 같지만.

1-1. 요즘 불면이 꽤 심각한 수준인데 원인이 뭔지 아니까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은 없다. 약 먹을 생각, 술 마실 생각이 없다. 지금 하는 일들이 전반적으로 크게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거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 균형이 요즘 너무 맞지 않는다.

2. 잠이 안 와서 이런 영상을 무작위로 보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 있으면 루퍼로 오케스트라 흉내내는 퍼포먼스가 곧 나올 것도 같은데.

3.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금방 내리지도 않으면서 문가에 서 있는 사람의 심리를 누가 제발 설명해달라. 이해하고 싶다. 못하면 화병 날 것 같아서.

4. 네이버 블로거가 낸 무글루텐 요리책을 일 때문에 찾아봤는데… 원래 밀가루를 써서 만드는 음식을 재현하는게 핵심인데 그냥 쌀로 빵 만들고 전 부치면 되나?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음식은 또 어찌나 못하는지.

4-1. 콘셉트로는 차별화를 꾀하지만 넘겨보면 실제로 음식이 다른 경우는 거의 없더라. 게다가 우리나라가 다인종 국가도 아니고 소수민족 요리책 같은 콘셉트가 먹힐 상황은 아니니까.

5. 책을 두 권 샀다. ‘사라진 실패’ 같은 책은 내가 전혀 아는 분야가 아닌데 신기주 기자가 쓴 거라. 머언 옛날부터 즐겨 읽었다. 관심이 없는 또는 잘 모르는 분야일지라도 글맛만으로 읽을 수 있게 만드는데 이게 참 무서운 거다. 물론 글맛만 좋고 내용이 없는 경우도 드물다. 그리고 글 읽는 맛에 읽다보면 얻어 걸리는 것도 있다. 내용과 동의를 못하는 경우라면 모를까(비평 등등). 의도적인 것 같은데 앞의 내용이나 문장 등등 받아주는 지시대명사가 없어서 가끔 잘린 듯한 느낌을 주지만 어쨌든 이렇게 쓰는 것도 훌륭하다. 작년 초엔가 샀던 ‘우리는 왜’ 보다 더 낫다. 그건 제목(과 같은 콘셉트)로 묶는게 다소 매끄럽지 않았다는 느낌.

6. 슬렁슬렁 글을 쓴다. 좋은 디자인과 종이도 쓴다. 그렇게 책을 낸다. 당장 그럭저럭 판다. 5년, 아니 3년 쯤 지난 다음에 누가 기억할까. 애초에 그런 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건가.

7. 음식글을 쓰는게 사실 굉장히 쉽다. 적을 상정하고 편을 가른 다음 공격하면 된다. 대기업/대량생산이 그 예다. 그걸 공격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음식이 최고다’라고 결론을 맺으면 된다. 근데 그건 아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음식에서 사람 냄새 같은 거 거의 나지 않는다고. 사람이 만든다고 다 사람 냄새 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크나큰 착각은 아닐지. 대량생산 시대에 사람의 흔적이 묻어 나는 걸 생산한다는 의미는, 자기를 갈아서 거기에 묻히고 바른다는 거다. 방법을 익히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익혀도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게다가 음식에만 그렇게 노력을 쏟아부어서 될 일이 아닌게, 의와 주는 여전히 대기업/대량생산 제품이잖아? 집도 짓고 옷도 지어 입으면서 사람냄새를 논하는 건 어떨까. 일단 그 스마트폰부터 때려부숴 치운 다음에. 지금, 여기에서 그런 식으로 사람 냄새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크나큰 구태인지 사람들은 헤아리고는 있는 건가. 설렁설렁 쉽게 가면서 적을 비판하고 사람 냄새만 강조하면 팔린다고 생각하는 안일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 심지어 그런 사람들이 즐겨 마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희석식 소주도 대기업 제품이다.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스스로의 모순을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외면하는지, 다들 재주도 좋다.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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