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질구레한 가해자

1. 저녁 먹으러 시내 나가는데 지하철에 아빠는 쩍벌남, 유치원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딸은 고삐 풀린 야수… 물론 쩍벌남은 자세에서도 보이듯 마치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딸들이 어떠한 난리를 쳐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이어폰을 꽂아도 소리가 다 들릴 지경이었다(설상가상으로 바로 옆에는 ‘오빵 나 쪼꼬 머꼬 시퍼 사줭’의 혀짧은 말투를 시전하는 20대 여성이…).

2. 간만에 유니클로에서 되도 않는 옷들을 입어보고 있었는데 닫혀 있는 커튼을 벌컥 여는 20대 에버크롬비 티셔츠-거꾸로 쓴 모자의 아시아 양키 컨셉트의 20대 남자.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앗, 깜짝이야!’를 외치며 도망감.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탈의실이어서 바깥으로 다 보이는… 뭘 보겠느냐만 지금 누가 놀라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더라.

3. 경남예식장 앞에서 버스를 타는데 등산복 차림의 아줌마가 뒤에서 뛰어와 나를 앞질러 버스를 타려다가 내 발을 밟았다. 밟음과 동시에 ‘어이쿠 어이쿠’를 외치며 시치미 뚝 떼고 버스에 탑승. 잽싸게 앉은 이에게 ‘아니 발을 밟았으면 사과는 하셔야죠?!’라며 눈을 부라리자 ‘제에가 바알을 바앏다고요오?!’라며 시치미. 네에 아아주움마가아 제에 바알을 바아앏았다고요오 비이러머어글.

현재의 상황은 그러니까 ‘규칙 뭐 이딴거 지키고 살면 나만 손해니까 개판치는게 최고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지경. 세월호니 정치니 뭐 이딴 거 읊어대면서 고상한 척 해봐야 다 소용없다. 이게 바로 수준. 빌어먹을 진흙탕.

3 Comments

  • 물고구마 says: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한 마디를 못하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주 미미하게라도 그들 마음속에 미안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그 미안한 정도가 그들에게는 사과를 할 정도가 아니었겠지요. 성급함과 초조함, 피곤함 등으로 인하여 그들은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니 하루에도 수십번 ‘미안한 짓’을 하게되고, 그 모든 미안한 짓에 사과와 반성을 연결시키지 못할테니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로 받아들입니다. 결국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서로 ‘미안한 짓’을 덮어놓고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들은 시민의식과 예의가 희미해져 있던 그들의 ‘일상’에서 갑자기 나타난 의식과 예의에 당혹, 불쾌를 느끼게 되버립니다. 그래서 부정, 적반하장과 같은 사태를 초래하는 것이지요…. …. …. 제가 생각해도 개똥같은 성리학이네요 ㅎㅎ 블마님께 웃음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ㅠ

  • weekendradio says:

    저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지금은 누가 제 발을 밟거나 밀치거나 하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아이컨택트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1/3정도는 미안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많거나 하시면 그냥 다른데 보시더라구요. 보통은 그 이상은 안나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까지 했는데 사과가 없으면 그런 사람이라 생각이 들어서.

    저런경우와 비슷한 건데 가끔 나이드신 분들이 전화를 잘못 거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거셨는데요?’라고
    하면 ‘아 뭐야 이 번호 아니야?’라고 혼자서 웽왈웽왈거리더니 틱 끊는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새벽에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여름인데 인내의 끊을 놓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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