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잡담-그의 혼외정사 무용담

어제 쓰지 못한 어제의 이야기.

참다 못해 신촌 현대백화점 옆에서 택시를 탔다. 원래는 커피를 마시고 순댓국을 먹고 집에 들어가야 동선이 완벽한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일단 밥부터 먹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았다. 한 500m만 더 걸으면 버스정류장인데 그럴 수도 없었다.

새로 뽑은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개인택시를 모는 기사는 근래 보기 어려운 젊은 연령대였는데, 바로 자신의 그러한 점이 장점이라는 투로 여자 승객들과 얽힌 혼외정사담을 늘어놓았다. 그가 뭘하든 내가 가치판단을 할 이유는 없었으므로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듣기는 했지만 원래 남의 연애담에 별 관심도 없는 데다가 그다지 재미있는 종류도 아니어서 대체 이 남자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타인의 연애담이 궁금하다면 할리퀸 로맨스를 읽거나, 운우지정의 육체적 디테일이 궁금하다면 문화영화를 보면 될 일이다. 그냥 아무 장소에서 아무렇게나 잡아탄 택시 기사로부터까지 딱히 그런이야기를 들을만큼 나는 남의 연애에 호기심을 품지 않는다. 혼외든, 내든 상관없이.

굉장히 사근사근하고 친절했으나 오히려그러한 점이 더 거북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길이 많이 막히지 않았다. 순댓국만 마시고 고이 집에 들어가 일을 하려 했으나 한 숟갈을 뜨고는 소주를 청했다. 지병처럼 안고 있는 구차함이 때로 부둥켜 안고 있기 버거울만큼 부풀어 오르는 날이 있다. 어제가 그러했다. 채 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다음날 아침까지 지속가능한 행복을 사서는 꾸역꾸역 홍대로 와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돌아왔다. 배낭말고 따로 든 가방에는 이런저런 곳의 “식사빵”이 한 보따리, 약 3~4만원 어치 들어있었다.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버스를 탔을때는 택시 욕을, 택시를 탔을 때는 버스 욕을 했던 생각이 문득 떠올라, 스스로의 변덕스러움에 불면을 유발할 만큼의 부끄러움을 느낄 뻔했다. 그러나 카페인도 굴복시키는 소주 알코올의 힘은 역시 막강했다, 두꺼비, 콩쥐의 편을 들지 않았다고 해도 나는 그를 사랑했을 것 같다. 왜 진로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두꺼비 마스코트를 상품화하지 않는지 진짜 궁금하다. 마스터스 우승하면 줄법한 녹색 자켓의 가슴팍 주머니에 두꺼비 와펜을 달고 입으면 그럴싸할 것 같은데.

by bluexmas | 2012/05/05 21:24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번사이드 at 2012/05/05 21:41

‘택시기사는 젊을때 해라’는 격언은 아니겠고;;
하긴 저도 전에 한번 소개팅했던여자가 결혼했는데, 남편이 errection하지않는다는 얘기를 전해듣곤 합니다.. 난 관심도 없는데 그런 이야기가 왜 제 귀에 들리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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