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몽테-또 다른 공장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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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랜차이즈-대량 생산의 시대에서 소규모 자영업자의 미덕은 무엇인가. 인간미와 장인정신의 발현 정도를 꼽으면 되겠다. 프랜차이즈는 싼 가격에 일관성과 평준화를 제공하는 대신 맛은 별로 없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자는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능력을 최선으로 발휘했을때 완성도가 높고 맛이 좋다. 거기에 덤으로 ‘동네 장사’라면 손님을 돈 주머니가 아닌 인간으로 대우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면 더 좋겠다. 프랜차이즈보다 더 많은 돈을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치러야 한다면, 그 의미는 바로 이런 지점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요즘 자영업자는 어떤 음식을 내고 있는가. 스스로를 대안이라 지칭하며 설정하는 가격 만큼의 가치를 완성도와 맛으로 전달하고 있는가. 오랜만에 동선이 맞아 자양동의 라 몽테에 들렀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크루아상과 아몬드 크루아상, 100% 호밀빵 세 가지를 먹었는데 전부 맛이 없었다. 달리 말해 ‘무맛,’ 요리가 원래 그렇지만 특히 발효가 관여하는 음식은 1+1=2 이상의 맛이 나는데 이건 그냥 1+1=1 정도의 맛이었다. 두 종류의 크루아상에서는 버터와 설탕맛이 났는데 원래 버터와 설탕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자연발효종 특유의 복잡한 맛이 하나도 나지 않는 100% 호밀빵은 참으로 신기할 지경이었다. 효소나 글루텐 함유량 등등으로 호밀빵은 40%정도부터 만드는 과정 자체가 모험에 가깝다. 100%라면 당연히 산도 높은 자연발효종을 쓸테고 그럼 특유의 신맛과 호밀가루의 향이 만나 굉장히 복잡한 맛이 나야만 하는데, 호밀가루의 향만 적당히 났다. 이렇게 표정없는 호밀빵은 정말 처음이었다. 빵에는 굳이 찾아가야 하는 노력이나 프랜차이즈보다 더 비싼 가격을 치렀을때 기대할만한 완성도가 담겨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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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래도 좋다. 빵에서 아무런 맛이 안 날 수도 있지.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빵이 현재 대한민국 서울에서 대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럴싸한 이름의 요리학교와 졸업장, 수입 버터와 밀가루(유기농이면 더 좋다)를 바탕으로 삼고 그럴싸한 ‘커리어 체인저’의 ‘스토리’를 양념 삼아 ‘인간미 없는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대안으로서 존재하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 자영업자’의 화신으로 자리잡아 라이프스타일을 발산하니 이제 이러한 빵을 먹는 행위는 빵이 아닌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을 섭취하는 행위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부류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또는 사업 확장 방식으로 표현하는 철학이 과연 대규모 프랜차이즈랑 현저하게 다른가? 핵심은 확장 욕구에 달렸다. 분점을 내고 백화점에 납품한다. 좋은 일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인은 경험 부족이다. 인력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경험이 딸리는 자원을 쓸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업계의 단골 레퍼터리인 ‘가르쳐 주니까 돈은 많이 못 준다’가 만약 겹친다면 의욕저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휘자, 즉 셰프나 파티셰의 경험 부족 또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부분 조리학교 졸업 후 3~5년 실무 경험 후 창업한다. 자신의 기술은 이미 완성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걸 전수할 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할 수 있다. 내가 잘 하는 요령을 아는 것과 그걸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 아닌가. 셰프는 우두머리이자 교육자여야만 하는데 과연 이들이 그러한 덕목까지도 닦을 만큼 시간을 보냈는지 그걸 모르겠다.

한편 품목은 또 어떤가. 오랜만에 들렀더니 케이크 진열장도 따로 생겼고, 그 위에는 단팥빵도 올라 있더라. 프랑스 학교에서 단팥빵도 가르쳐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케이크? 다른 곳에서 밀푀유를 팔면 여기에도 밀푀유가 있다. 그 밀푀유와 저 밀푀유는 어떻게 다른가. 한편 소위 ‘식사빵’이라는 것도 바게트나 치아바타 등 몇몇을 빼면 발효와 밀가루의 맛에 기댄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것과 크게 다르거나 새롭지 않다.

어찌되었든 다 좋다. 빵이 좀 맛없을 수도 있고 납품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경험 없는 인력을 보충해 질이 떨어질 수도 있고 케이크나 단팥빵도 좀 팔면 어떤가. 하지만 그렇다면 파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장인이나 대안 놀이 같은 건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이름처럼 “베이커리 컬렉션”이라 보아줄 수 없는 ‘윈도우 베이커리 컬렉션’도 그런 맥락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대안 빵집의 모임도 아니고, 참여하는 베이커리 외의 업체 또한 경험부족과 확장의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고만고만한 제품을 내는 수준이다. 물론, 이러한 업체의 출현마저 성장의 한 단계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베이커리 컬렉션과 같은 무리짓기가 ‘동종업계 “실드” 쳐주기’로 전락한다면 그건 되려 퇴행의 원인이 될 것이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 운운하는데, 작다고 빵 맛있는 것 아니고, 그 작은 빵집들이 그렇게 작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미 작은, 묵은 동네 빵집이며 대규모 개인 자영업자의 빵은 대체 어디에 속하는 걸까? ‘대안’이라는 말의 무게를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빵이 발효식품이라는 점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10년도 안된 경력을 쌓고 누군가 장인 수준으로 된장을 담글 수 있다고 나선다면 당신은 거기에 얼마만큼의 믿음을 줄 것인가? 빵의 맛이 발효에서 갈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된장과 별 다를 바 없지 않을까?

 

*P.S: 여기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커피는 정말 마실 수가 없다.  온도도 지나치게 높고 맛도 없다. 만드는 사람, 받는 사람은 이걸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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